[사설] 하급 공무원 논란이 드러낸 지방단체장 정치의 위험성

편집국

segyenews7@gmail.com | 2026-01-02 10:53:16

입당원서. (ChatGPT 이미지)

이순희 강북구청장을 둘러싼 논란은 더 이상 단순한 의혹의 영역에 머물지 않는다. 관변단체 동원 정황에 이어, 이번에는 하급 공무원을 직접 정치의 한복판으로 끌어들였다는 구체적 증언과 정황이 잇따르며 지방행정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이번 사안의 본질은 명확하다. 권력의 최정점에 선 단체장이 자신의 정치적 이해를 위해 가장 취약한 고리를 선택했다는 점이다. 법과 제도로 보호받아야 할 공무원이 정치적 중립 의무의 주체인 동시에, 처벌의 위험을 고스란히 떠안는 ‘소모품’으로 전락했다면 이는 행정의 실패를 넘어 권력의 일탈이다.

이 구청장은 하급 공무원을 구청장실로 불러 정당 입당원서를 건네며 수거를 지시했다는 증언과 정황이 제기됐다. 이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공무원이 더 있다는 복수의 증언도 나온다. 상급자의 지휘·감독 체계 안에 놓인 하급 공무원에게 이러한 지시는 ‘선택’이 아니라 사실상 거부하기 어려운 강요에 가깝다.

공무원이 정당 가입 권유나 입당원서 수거에 관여할 경우,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형사 책임은 물론 중징계, 나아가 파면에 이를 수 있다. 문제는 그 치명적인 법적 위험이 지시한 권력자가 아니라, 지시를 수행한 개인에게 집중되는 구조다. 권력은 뒤로 숨고, 책임은 아래로 떨어진다. 이것이 과연 민주 행정이라 할 수 있는가.

그럼에도 이순희 구청장은 앞서 “공무원에게 정당 가입원서 배포·수거를 지시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후 드러난 시기별 정황과 공무원 개입 증언은 이 같은 해명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침묵으로 일관하는 현재의 태도 역시 의혹을 해소하기는커녕, 책임 회피 인식만 키우고 있다.

공직선거법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엄격히 요구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이는 단순한 윤리 규범이 아니라 헌정 질서를 지탱하는 핵심 원칙이기 때문이다. 그 선을 넘는 순간, 행정은 봉사자가 아니라 정치 권력의 하청 조직으로 전락한다. 만약 상급자의 지시가 사실로 확인된다면, 이는 단순한 선거법 위반을 넘어 직권을 사적으로 남용한 중대한 권력 범죄로 평가받을 수밖에 없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 방식의 정치가 남기는 후과다. 하급 공무원이 정치적 책임을 떠안는 구조가 반복될수록 공직사회는 위축되고, 행정의 자율성과 전문성은 무너진다. 충성은 능력을 대신하고, 침묵은 생존의 조건이 된다. 이것이야말로 지방자치가 가장 경계해야 할 모습이다.

이번 공무원 개입 의혹은 관변단체 동원 논란과 별개의 사안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두 사안은 하나의 질문으로 수렴된다. 강북구 행정은 공공을 위해 존재하는가, 아니면 한 정치인의 권력 유지를 위해 작동하는가.

선거관리위원회와 수사기관은 더 이상 관망해서는 안 된다. 이 사안은 개인의 일탈 여부를 넘어, 지방권력의 작동 방식 자체를 점검해야 할 중대 사안이다. 권력자는 책임을 져야 하고, 공무원은 보호받아야 한다. 이 원칙이 무너질 때, 행정은 더 이상 시민의 것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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