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전기는 만들었는데 보낼 곳이 없다"…전력망 3법, 군산 해상풍력의 돌파구 될까
김광중 기자
bhiwin2008@naver.com | 2026-08-25 10:24:27
[세계뉴스 = 김광중 기자]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 대규모 전력을 필요로 하는 첨단산업의 전력망 확충을 앞당기기 위한 법적 기반이 마련되면서 군산을 비롯한 서남권 해상풍력 사업에도 새로운 변화가 예상된다.
그동안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의 확대에도 불구하고 송·변전망 건설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발전설비를 갖추고도 생산한 전력을 제대로 계통에 연결하지 못하는 이른바 '전력망 병목'이 주요 현안으로 지적돼 왔다.
국회는 지난 20일 국가기간 전력망 개발사업에 민간사업자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민간사업자가 전력망을 건설하더라도 사업 완료 후에는 송전사업자에게 넘기도록 해 전력망의 공공성을 유지하는 구조다.
이번 제도 변화는 AI와 반도체 등 첨단산업뿐 아니라 대규모 재생에너지 발전단지를 둘러싼 전력 인프라 구축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 발전설비보다 늦어지는 전력망…해상풍력의 또 다른 숙제
해상풍력 사업에서 발전기를 설치하는 것만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해상에서 생산된 전력을 육상으로 끌어온 뒤 변전소와 송전망을 거쳐 전력 소비지역으로 보내야 한다. 발전단지 건설과 함께 계통 접속과 송전망 확보가 이뤄지지 않으면 발전설비가 완공되더라도 실제 전력 생산과 공급에 제약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서남권은 태양광과 해상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 잠재력이 높은 반면, 대규모 전력 수요가 집중된 수도권 및 산업 거점과는 거리가 있다는 점에서 송전망 확충이 핵심 과제로 꼽힌다.
결국 재생에너지 확대의 성패는 '얼마나 많이 생산할 수 있느냐'에서 '생산한 전력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보낼 수 있느냐'로 옮겨가고 있다.
■ 군산, 어청도 해상풍력 집적화단지 추진
군산도 해상풍력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군산시는 2026년 주요업무계획에서 어청도 해상풍력 집적화단지 조성사업을 비롯한 해상풍력 사업을 주요 에너지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다.
또 해상풍력 관련 업무를 별도로 강화하면서 집적화단지 조성뿐 아니라 해상풍력 클러스터 구축, 관련 인허가 지원, 설치항만과 유지보수항만 조성, 주민수용성 확보, 지역산업 연계 등을 추진 과제로 제시했다.
이는 군산이 단순히 해상풍력 발전단지를 조성하는 데 그치지 않고 발전·항만·제조·유지보수 등 관련 산업을 지역경제와 연결하는 해상풍력 산업 거점으로 육성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하지만 사업 규모가 커질수록 해결해야 할 과제도 커진다. 바로 계통연계와 송전망이다.
■ "발전은 되는데 전기를 못 보낸다"…계통 병목이 변수
해상풍력 발전량이 늘어날수록 발전단지에서 생산한 전력을 어디로, 어떤 송전망을 통해 보낼 것인지가 중요해진다.
특히 군산·새만금권에 재생에너지 발전과 함께 첨단산업 및 산업단지가 확대될 경우 전력의 생산과 소비를 지역 안에서 연결할 수 있는 전력 인프라 구축도 중요해진다.
군산시는 2026년 주요업무계획에서 첨단전략산업 중심의 기업 유치와 함께 에너지 자립도시 및 재생에너지 클러스터 조성을 주요 정책으로 제시하고 있다.
해상풍력을 통해 생산한 전력을 지역 산업단지와 연계할 수 있다면 군산은 단순한 재생에너지 생산기지를 넘어 재생에너지와 산업을 결합한 에너지 산업도시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발전사업과 전력망 건설이 같은 속도로 진행돼야 한다.
■ 민간 전력망 참여…군산 해상풍력에도 새로운 변수
이번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 개정의 핵심은 그동안 사실상 한국전력 중심으로 추진돼 온 국가기간 전력망 개발사업에 일정 요건을 갖춘 민간사업자의 참여를 허용했다는 점이다.
국회 통과 법안에 따르면 민간사업자는 국가기간 전력망 개발사업에 참여할 수 있지만, 건설을 완료한 전력망은 송전사업자에게 넘겨야 한다. 민간의 자본과 사업 수행능력을 활용하면서도 전력망의 소유와 운영은 공공 영역에 남겨두는 방식이다.
이는 막대한 투자비와 장기간이 소요되는 송전망 건설에서 한국전력의 재정·인력 부담을 보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로 평가된다.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 자체도 안정적인 전력 공급과 국가 주요 산업의 경쟁력 강화, 재생에너지 확대에 필요한 전력망을 조기에 확충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 '민간 참여'가 곧바로 송전망 확충을 의미하지는 않아
법 개정만으로 군산 해상풍력의 계통 문제가 자동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송전망 건설은 재원뿐 아니라 입지 선정과 인허가, 주민수용성, 보상, 지방자치단체와의 협의 등 복합적인 요인에 영향을 받는다.
특히 해상풍력은 발전단지 조성 과정에서 어업권과 해양환경, 군사·항로 문제 등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발전사업과 송전망을 동시에 추진하는 종합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따라서 민간사업자가 참여하더라도 실제 사업기간을 단축하기 위해서는 전력망 사업의 우선순위 설정과 인허가 절차 개선, 주민수용성 확보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 군산의 과제 '발전단지'에서 '전력산업 생태계' 구축이 관건
군산 해상풍력의 경쟁력은 발전기 숫자나 발전용량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해상풍력 발전단지와 송전망, 설치항만, 유지보수항만, 관련 기자재 산업, 전문인력 양성 등을 하나의 산업 생태계로 구축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군산시 역시 해상풍력 클러스터 조성과 함께 설치항만과 유지보수항만, 지역산업 연계, 주민수용성 확보 등을 주요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이번 전력망 확충 법제도 변화가 맞물리면서 군산 해상풍력 사업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새만금과 군산에 첨단산업 투자가 확대될 경우 재생에너지로 전력을 생산하고, 전력망을 통해 산업단지에 공급하는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 지역 산업 경쟁력의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 "전기를 만드는 것보다 보내는 것이 더 중요할 수도"
해상풍력 확대의 가장 큰 함정은 발전설비를 확보한 뒤 전력망을 고민하는 것이다. 전력망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발전설비만 늘어나면 계통 접속 지연이나 출력제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군산의 해상풍력 정책도 앞으로는 '얼마나 많이 발전할 것인가'와 함께 '생산한 전력을 어디로 보내고 누가 소비할 것인가'를 동시에 설계해야 한다. 이번 전력망 확충 3법은 이런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법 개정의 실질적인 효과는 앞으로 어떤 사업에 민간 참여를 허용하고, 투자비와 위험을 어떻게 분담하며, 건설된 전력망의 양도가격과 사업비를 어떻게 검증하느냐에 달려 있다.
군산 해상풍력이 지역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발전단지 건설에만 머물 것이 아니라 전력망·산업단지·항만·제조업을 하나로 묶는 '에너지 산업 생태계' 구축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결국 군산 해상풍력의 다음 경쟁력은 바다 위 발전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발전기가 만들어낸 전기를 얼마나 빠르고 안정적으로 산업 현장까지 가져올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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