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핵잠, 첫 공식 절차 돌입"… 트럼프 행정부, '안보 카드-시장 개방' 패키지 딜 시동
탁병훈 기자
segyenews7@gmail.com | 2026-05-20 09:54:23
- 우라늄 농축·재처리 권한, 대미 시장 개방 압박 심화 전망
[세계뉴스 = 탁병훈 기자]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핵잠) 건조 지원과 우라늄 농축 권한 확대 문제가 실행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미국 정부 대표단이 관련 실무 논의를 위해 조만간 방한하는 가운데, 우리 군도 한국형 핵잠 도입을 위한 첫 공식 행정 절차에 착수했다.
외교부와 미국 국무부는 19일(현지시간) 박윤주 외교부 1차관과 앨리슨 후커 미 국무부 정무차관 간 회담 결과를 각각 발표했다. 미 국무부에 따르면 후커 차관은 수주 내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각 부처 대표단을 이끌고 한국을 방문해, 양국 안보 합의 이행을 위한 실무그룹 킥오프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번 실무그룹은 양국 정상이 합의한 핵심 의제 두 가지를 집중적으로 다룬다. 첫째는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 협력, 둘째는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 문제다. 두 사안 모두 한미 동맹의 안보·원자력 협력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중대 사안으로 평가된다.
우리 군의 움직임도 속도를 내고 있다. 20일 국방부가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강대식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해군은 최근 합동참모본부에 ‘핵잠 소요제기서’를 공식 제출했다. 소요제기는 군이 새로운 무기체계를 도입하기 위해 상급 기관에 필요성을 공식 요청하는 절차로, 전력 획득 과정의 첫 공식 단계에 해당한다.
한미 실무그룹 출범 시점에 맞춰 군이 내부 소요제기를 마무리하면서, 향후 미국과의 기술 협의와 사업 추진이 유기적으로 맞물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핵잠 설계·건조, 원자로 기술, 운용 교리 등 민감한 군사·원자력 기술 협의가 본격화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셈이다.
다만 이러한 안보 협력 진전의 이면에는 트럼프 행정부 특유의 ‘기브 앤 테이크’식 청구서가 동반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미 국무부는 실무그룹 출범 계획을 알리면서도, 한국 내 미국 기업에 대한 공정한 대우와 시장 접근 장벽의 신속한 해소 필요성을 함께 강조했다. 안보 협력과 통상·투자 요구를 연계하는 패키지 접근법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이는 지난 3월 1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대미투자특별법’ 처리 과정과도 닮은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당시 미국은 관세 압박 카드를 전면에 내세우며, 양국 정상이 합의했던 3500억달러 규모 전략적 대미 투자의 법제화를 조속히 이행하도록 한국 정부와 국회를 압박했다. 결국 한국은 미국 측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하는 방향으로 입법을 마무리했다.
이번에도 미국이 한국에 핵잠 지원이라는 파격적인 안보 카드를 구체화하는 단계로 들어가면서 그에 상응하는 수준의 시장 개방과 무역 장벽 완화를 요구하는 공세가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안보 협력 확대를 지렛대로 통상·투자 분야에서 실질적인 이익을 확보하려는 ‘패키지 딜’ 전략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 안팎에서는 핵잠 건조 협력과 우라늄 농축·재처리 권한 확대라는 중대한 안보·에너지 이슈를 둘러싸고, 미국의 경제적 요구와 국내 산업·시장 보호 논리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복합 협상 국면이 전개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이 안보 이익과 경제 주권 사이에서 어떤 균형점을 찾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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