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첨단 방산기업으로… 수주잔고 4.7조 돌파

탁병훈 기자

segyenews7@gmail.com | 2026-05-20 10:35:23

- 방산 비중 57%까지 확대된 수주 구조
- 군용기 MROU·무인기 항공우주 1조원
대한항공 전자전 항공기. (대한항공 제공)

[세계뉴스 = 탁병훈 기자] 대한항공이 전통적인 민항 항공기체 제작 중심에서 벗어나 첨단 방위산업 기업으로 체질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군용기 정비·수리·분해·업그레이드(MROU)와 무인기 등 방산 사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전체 수주 구조의 중심축이 민수에서 군수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대한항공 2026년 1분기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수주잔고는 4조7,172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분기 대비 6% 증가한 수치다. 부문별로는 항공기체 2조122억원, 군용기 MROU 1조8,741억원, 무인기 8,125억원, 신사업 184억원이다.

군용기 MROU와 무인기를 합산한 방산 사업 수주잔고는 2조6,866억원으로, 전체 수주잔고의 57%를 차지했다. 민항기 기체 제작사로 알려진 대한항공의 사업 포트폴리오가 방산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눈에 띄는 부분은 군용기 MROU 수주 증가세다. 군용기 MROU 수주잔고는 2025년 4분기 1조5,391억원에서 올해 1분기 1조8,741억원으로 22% 늘었다. 주요 부문 가운데 전분기 대비 수주잔고가 증가한 것은 군용기 MROU가 유일하다.

실적 개선도 두드러진다.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본부는 올해 1분기 매출 2,522억원, 영업이익 19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87%, 영업이익은 500% 급증했다. 대한항공은 올해 항공우주사업 매출 1조원 달성을 목표로 제시한 상태다.

대한항공은 러시아·중동 지역 전시(戰時) 상황으로 글로벌 방산 시장 규모가 확대되면서 항공우주사업본부의 사업 기회와 성장성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정학적 긴장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방산 수요가 늘어나고, 이 수요를 선점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다.

군용기 사업 부문에서는 지난해 한국군 기동헬기 ‘블랙호크(UH·HH-60)’ 성능개량 사업과 항공통제기 2차 사업 계약에 이어, 올해 전자전기 체계개발 사업 계약까지 확보하며 수주 기반을 넓혔다. 해당 사업들의 매출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반영될 예정이다.

대한항공은 약 50년에 걸쳐 국군·미군 항공기 창정비와 개조·성능개량 사업을 수행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군용기 MRO 사업 경쟁력을 키워왔다. 최근에는 미군 지역 정비거점(RSF) 사업에도 참여해 F-16, F-15, A-10 등으로 정비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있다. 미군 정비 거점 참여는 안정적인 장기 물량과 글로벌 레퍼런스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통로로 평가된다.

무인기 부문도 수익화 단계 진입을 준비 중이다. 대한항공은 중고도 무인기(MUAV) 양산과 저피탐(스텔스) 무인 편대기 개발을 본격화하며 국내외 군수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미국 방산 기술 기업 안두릴(Anduril), 아처(Archer) 등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이를 교두보로 삼아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포함한 글로벌 무인기 시장 진출을 가속화한다는 전략이다.

신사업 부문에서는 유·무인 복합체계(MUM-T)와 군집 제어, 임무 자율화, 스텔스, 항재밍(anti-jamming) 등 무인기 핵심 기술을 내재화하는 데 연구개발(R&D)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단순 플랫폼 제작을 넘어, 체계 통합과 핵심 소프트웨어·전자전 기술을 확보해 독자적인 기술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구상이다.

항공기체사업부문에서는 글로벌 생산 거점 다변화와 원가 경쟁력 강화도 병행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베트남 협력사에 대한 기술 지원을 통해 B787 윙팁(Wingtip) 초도 생산을 완료했다. 이를 통해 민항기 기체 부품의 글로벌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동시에, 향후 군용 기체 제작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민항기 기체 제작에서 출발한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이 군용기 MROU, 무인기, 신사업을 축으로 한 방산 중심 구조로 빠르게 이동하면서, 국내 대표 항공사가 ‘글로벌 방산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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