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권·핵잠수함 들고 첫 방미… 안규백 "전환 속도 내도 문제 없다"

탁병훈 기자

segyenews7@gmail.com | 2026-05-10 21:23:28

- 전시작전통제권 전환·핵추진잠수함 도입 한·미 고위급 협의 목적 방미
- 전작권 전환 시기·핵잠 도입 협상, 호르무즈 작전·대북 정보공유 등 현안
안규백 국방부장관.

[세계뉴스 = 탁병훈 기자]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과 핵추진잠수함 도입을 위한 한·미 고위급 소통을 목적으로 취임 후 첫 미국 방문에 나섰다.

한·미가 전작권 전환 목표 시점과 관련해 다소 다른 인식을 드러낸 가운데, 양국 간 입장 조율과 핵잠수함 협상 개시를 위한 물꼬 트기가 이번 방미의 핵심 과제로 꼽힌다.

안 장관은 10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출국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전작권 전환 준비 상황에 대해 “체계적, 안정적, 일관적으로 준비를 해 왔다”며 “그런 측면에서 전작권 전환에 속도를 내는 것은 크게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군 주도의 연합방위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실질적인 진전을 서두르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발언으로 해석된다.

핵추진잠수함 도입과 관련해서도 안 장관은 상반기 내 협상 개시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어떠한 어려움이 있더라도 이 문제는 반드시 한·미 군사 당국 간에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미 측에서 일정 부분 연료에 대해 우리한테 지원해주면 그 (건조) 과정을 밟는 것은 큰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한국이 핵잠수함 건조 역량을 갖추고 있는 만큼, 핵연료 공급 문제에서 미국 측 결단이 관건이라는 메시지를 우회적으로 던진 셈이다.

안 장관은 오는 14일까지 미국에 머무르며 피트 헤그세스 전쟁부(국방) 장관 등 미 행정부 고위 인사들과 잇따라 면담을 갖는다. 이와 함께 미 해군성 장관 대행, 상원 군사위원회 핵심 의원, 상원 정보위원장 등 의회와 안보 라인 핵심 인사들을 두루 접촉하며 한·미 안보 현안을 점검할 예정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한·미 정상회담, 한·미안보협의회의(SCM) 합의사항 후속조치 관련 이행 점검을 위해 고위급 간 직접 소통을 하려는 것”이라며 “전작권, 핵잠수함 등이 주요 현안으로 논의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정상회담과 SCM에서 합의된 사항들이 실제로 어느 정도 진척됐는지, 추가로 필요한 정치·외교적 지원이 무엇인지가 이번 방미 협의의 핵심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작권 전환 문제는 이미 양국 간 일정과 조건을 둘러싼 인식 차가 노출된 상태다. 한·미는 지난해 11월 SCM에서 전작권 전환을 위한 평가·검증 절차 중 2단계인 미래연합군사령부 완전운용능력(FOC) 검증을 올해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우리 정부는 2028년을 전작권 전환 목표 연도로 설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미 의회 청문회에서 전작권 전환 조건 충족 목표 시점을 2029년 1분기로 제시하면서, 실제 전환 시기를 둘러싼 양국의 시각 차가 드러났다. 

안 장관이 “속도를 내도 문제가 없다”고 공개 발언한 것은 한국 정부의 2028년 목표를 재확인하는 동시에, 미국 측과의 조율을 통해 시차를 좁히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핵추진잠수함 도입 문제도 한·미 간 난제다. 양국 정상은 지난해 조인트 팩트시트에서 한국의 핵잠수함 도입 추진에 합의하고 후속 협상을 이어가기로 했지만, 실제 협상은 아직 시작 단계에도 못 미친 상황이다. 대미 투자, 글로벌 공급망 이슈, 최근 ‘쿠팡 사태’ 등 경제·통상 현안이 양국 협상 테이블을 선점하면서 안보 의제가 상대적으로 후순위로 밀려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핵잠수함 도입은 한국 해군의 대잠수함전·원양작전 능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전략 자산 확보 사업으로 핵연료 공급과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와의 정합성 등 복잡한 국제 정치·법적 문제가 얽혀 있다.

안 장관이 “연료만 지원되면 건조 과정은 큰 문제가 없다”고 강조한 것은 기술·산업적 기반은 마련돼 있으며, 이제 공은 미국 측에 넘어가 있다는 점을 부각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방미에서는 전작권·핵잠수함 외에도 양국 간 민감한 안보 현안이 폭넓게 논의될 전망이다. 안 장관은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미국 주도 작전 참여 문제, 미국의 대북 위성 정보 공유 제한 등 한·미 동맹 내에서 꾸준히 제기돼 온 쟁점들을 테이블에 올릴 것으로 알려졌다. 호르무즈 해협 파병 문제는 중동 정세와 직결되는 사안으로, 한국의 에너지 안보와도 맞닿아 있어 미국이 지속적으로 기여 확대를 요청해온 분야다.

대북 위성 정보 공유 문제 역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고도화되는 상황에서 한국의 실시간 정보·감시 능력을 강화하는 데 직결된 사안이다. 미국은 정보자산 보호와 동맹 간 정보 공유 확대 사이에서 신중한 입장을 유지해왔고, 한국은 전작권 전환 이후를 대비해 보다 심화된 정보공유 체계를 요구해온 만큼, 이번 고위급 협의에서 어느 수준까지 접점을 찾을지가 주목된다.

안 장관의 첫 방미는 윤석열 정부가 강조해온 ‘글로벌 중추 국가’ 구상과도 맞물려 있다. 전작권 조기 전환과 핵잠수함 도입, 원거리 해역 작전 참여 확대, 대북 정보공유 심화 등은 모두 한국이 동맹 안에서 보다 자율적이고 능동적인 안보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방향성과 연결돼 있다. 이번 방문이 그 구상을 구체적인 실행 로드맵으로 연결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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