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눈에 안 보이던 근적외선… 국내 연구진, '증강 시야' 인공망막 세계 첫 구현
탁병훈 기자
segyenews7@gmail.com | 2026-05-10 17:30:32
- 가시광선·근적외선 동시 인식 기술 야간 감시·국방·의료 진단 응용 기대
[세계뉴스 = 탁병훈 기자] 인간이 볼 수 없었던 근적외선을 인식할 수 있는 혁신적인 인공망막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단순히 소실된 시력을 되찾아주는 복원 기술을 넘어, 인간의 감각 영역을 확장하는 ‘인간 증강(Human Augmentation)’ 시대를 여는 핵심 기술로 주목된다.
한국연구재단은 연세대학교 신소재공학과 박장웅 교수 연구팀이 근적외선을 전기 신호로 변환해 망막 신경을 직접 자극함으로써, 가시광선과 근적외선을 동시에 인식할 수 있는 이식형 인공망막 장치를 세계 최초로 구현했다고 13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전자소자 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일렉트로닉스(Nature Electronics)’에 같은 날 게재됐다.
인간을 포함한 대부분의 포유류는 약 400~700나노미터(nm) 파장대의 가시광선만 볼 수 있다. 이보다 파장이 길고 에너지가 낮은 750~2500nm 영역의 근적외선은 맨눈으로는 식별이 불가능해, 그동안 야간 투시경 등 별도의 외부 장비에 의존해야 했다. 연구팀은 이 한계를 인체 내부에서 직접 극복하는 방식으로 접근했다.
새로 개발된 인공망막은 세 가지 핵심 요소를 하나의 초소형 장치로 통합했다. 먼저 근적외선을 감지해 전기 신호로 바꾸는 포토트랜지스터, 근적외선만 선별적으로 통과시키는 초박막 필터, 그리고 안구 조직의 곡면에 부드럽게 밀착되는 3차원 액체금속 전극이 그것이다. 이 장치는 실제 망막 표면에 이식돼 근적외선 정보를 신경 자극으로 변환하고, 이를 통해 뇌에 시각 정보를 전달하는 구조다.
연구팀은 실험용 쥐를 대상으로 기능 검증에 나섰다. 인공망막 장치를 이식한 쥐는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는 근적외선 빛에 반응해 움직임을 보였고, 이를 통해 근적외선 정보가 시각 신경계를 거쳐 뇌까지 성공적으로 전달됐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기존 시력을 유지한 상태에서 새로운 파장의 ‘시야’가 추가되는 방식이 실제로 작동한 것이다.
향후 야간 감시, 국방, 의료 진단 등 다양한 분야는 물론, 뇌와 기계를 연결하는 신경 인터페이스 플랫폼으로의 확장이 기대된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전문가들은 이 기술이 향후 야간 작전 능력을 강화하는 국방 분야, 조직 깊숙한 곳까지 투과하는 근적외선을 활용한 비침습 의료 진단, 저조도 환경 감시·보안 시스템 등으로 응용될 경우, 인간의 ‘시야’ 개념 자체를 바꾸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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