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뉴스 = 전승원 기자] 민주주의는 법 위에서 작동한다. 법을 지키는 민주주의는 건강하지만, 법을 무시하는 민주주의는 결국 민주주의가 아니다. 정당정치 역시 마찬가지다. 정당은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가장 기본적인 정치조직이지만, 그 정당이 스스로 법을 지키지 않는다면 국민은 누구를 믿어야 하는가.
우리나라 정당법은 명확하다. 정당법 제42조 제2항은 "누구든지 2 이상의 정당의 당원이 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복수당적, 즉 이중당적은 법이 금지하고 있는 행위다.
그런데 현실은 어떠한가. 검‧경 합동수사본부의 신천지 수사 과정에서 복수당적과 관련된 사실관계가 확인됐음에도, 이를 계기로 각 정당이 자발적으로 전수조사에 나섰다는 소식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러한 상태를 그대로 방치한 채 복수당적을 가진 당원들이 권리당원 자격으로 투표권을 행사하고 당대표 선거와 공천 과정에 참여했다면 이는 단순한 당무상의 실수가 아니라 정당법의 취지를 훼손하는 심각한 문제다.
정당은 민주주의를 말하면서도 정작 자신들의 조직 내부에서는 법 준수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
더 큰 문제는 당내 선거다. 오늘날 주요 정당의 당대표 선거와 공천은 권리당원의 투표 비중이 매우 높다. 만약 동일인이 둘 이상의 정당에서 권리를 행사하거나 관리 부실로 인해 복수당적 상태가 방치된다면 특정 조직이 특정 후보를 밀기 위해 당원을 동원하는 이른바 '조직선거'가 가능해질 수 있다.
이 순간 당원의 자유로운 의사는 조직의 힘에 묻히고, 민주주의는 절차만 남은 형식으로 전락한다.
정당마다 정치철학과 정책노선은 다르다. 당원은 그 가치에 동의하기 때문에 가입하는 것이다. 그런데 한 사람이 두 개, 세 개, 심지어 여러 정당의 당적을 동시에 유지하며 각 정당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친다면 정당의 정체성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때문에 치졸한 것은 정치권의 이중잣대다. 정치인들은 국민에게는 법치주의를 강조하고 준법정신을 요구한다. 그러나 정작 자신들의 조직에서 법 위반 의혹이 제기되면 철저한 조사보다 침묵과 외면으로 일관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국민이 이런 모습을 보며 '내로남불'이라는 말을 떠올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민주주의를 외치면서 민주주의의 기본 규칙인 법을 지키지 않는 것은 명백한 모순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변명이 아니라 자정 노력이다. 각 정당은 즉시 당원 명부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해 복수당적 여부를 확인하고, 법 위반 소지가 있는 사례는 스스로 정리해야 한다. 또한 재발 방지를 위한 당원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국민 앞에 조사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이것이 책임 있는 공당의 최소한의 자세다.
복수당적 문제는 특정 정당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한민국 정당정치 전체의 신뢰와 직결되는 사안이다. 이를 방치한다면 국민은 정당을 더 이상 민주주의의 주체가 아니라 기득권을 지키는 조직으로 바라보게 될 것이다.
정치는 법 위에 설 수 없다. 정당이 민주주의를 말하려면 먼저 정당법부터 지켜야 한다. 국민에게 법을 지키라고 말하기 전에 스스로 법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이번만큼은 이중당적이라는 정치권의 적폐를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한다. 그것이 무너진 정당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나아가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를 바로 세우는 출발점이다. 법 위에 군림하는 정치는 민주주의가 아니다. 국민의 신뢰는 법을 지키는 정치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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