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원내대표 리스크, 더는 여당의 방패가 될 수 없다
전승원 기자
segyenews7@gmail.com | 2025-12-26 20:13:22
[세계뉴스 = 전승원 기자]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비위 의혹에 휘말리며, 전직 보좌진과의 진흙탕 싸움으로 사태를 키우고 있다. 문제는 개인의 추문이 아니다. 이 논란은 이미 ‘원내대표 리스크’로 비화해 집권 여당 전체를 집어삼킬 수 있는 후폭풍 단계에 접어들었다.
지방선거가 불과 몇 달 앞으로 다가온 시점이다. 여당 원내대표를 둘러싼 특혜 시비와 도덕성 논란은 치명적이다. 지금 민주당이 감당해야 할 리스크는 하나가 아니다. 이른바 ‘통일교 로비’ 의혹의 대상에 민주당 역시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김병기 원내대표의 개인 리스크는 구조적 정치 리스크 위에 얹힌 격이 됐다.
특히 ‘내란 척결’과 ‘정치개혁’을 기치로 진군하는 집권 여당이 원내사령탑의 신뢰와 도덕성 문제로 공격받는 순간, 정부의 메시지·입법·대외 협상력은 한꺼번에 흔들린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김병기 원내대표 논란은 정확히 그 지점을 정조준하고 있다.
쟁점은 보좌진 단체 대화방에서 오간 거친 언사가 아니다. 이미 언론과 정치권의 초점은 호텔 숙박권, 공항 의전, 병원 이용 등으로 옮겨갔다. 핵심은 단 하나다. 공적 권한이 개인과 가족의 편의로 전용됐는가라는 질문이다.
김 원내대표에게 억울한 사정이 전혀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여당의 원내대표라면, 설령 억울함이 있다 하더라도 자신의 처신 앞에서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어야” 정상이다. 이 사태를 과거사로 돌리거나, 인간관계의 앙금으로 축소하려는 태도는 집권 여당 원내사령탑의 자세가 아니다.
“사이가 좋을 때는 함께하더니 면직 이후 앙금으로 헐뜯는다”는 식의 해명은, 정치 이전에 유치하다. 도덕성 문제를 제기하는 이들을 ‘배신자’ 프레임으로 몰아가는 순간, 원내대표는 스스로 공적 책임의 자격을 내려놓게 된다.
더 큰 문제는 대응 방식이다. 김 원내대표는 의혹에 대한 시원한 해명 대신, 전직 보좌진을 ‘제보자’로 지목하고 텔레그램 대화 일부를 공개하며 이들의 사고방식을 문제 삼았다. 이는 의혹의 본질을 흐릴 뿐 아니라, 권력자가 약자를 공격하는 가장 나쁜 방식의 정치다.
을사년 한 해가 처마 끝에 매달려 있다. 이제 곧 병오년 새날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할 시점이다. 그러나 지금 민주당의 발목에는 김병기 원내대표라는 정치적 부담이 걸려 있다. 선택지는 하나다. 스스로 거취를 표명하는 것이다.
그것이 여당을 살리고, 정부를 지키고, 민주주의를 위한 최소한의 책임정치다. 눈보라 속에서 은박지를 두르고 밤을 새우며 민주주의를 외쳤던 국민의 바닥찬 절규를 잊어서는 안 된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내란의 터널을 빠져나오고 있는 국민들에게 또다시 허망한 장면을 보여줘서는 안 된다. 새 정부의 길에 걸림돌이 되지 않는 것, 딱 거기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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