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태평양 가르는 '도산안창호함'…잠수함 1만4000㎞ 최장 항해로 60조원 사업 정조준

탁병훈 기자

segyenews7@gmail.com | 2026-03-25 15:37:02

- 한국·캐나다 연합훈련·림팩 참가 3000t급 독자 잠수함 첫 태평양 횡단
- 캐나다 차기 잠수함 사업 2파전 속 한·캐 '잠수함 협력' 경제안보대화 병행
25일 한국이 독자 설계·건조한 3000t급 도산안창호함(SS-Ⅲ)이 ‘한국·캐나다 연합협력 림팩 훈련 참가 전력으로 태평양을 향해 출항했다.

[세계뉴스 = 탁병훈 기자] 한국이 독자 설계·건조한 3000t급 잠수함 도산안창호함(SS-Ⅲ)이 대한민국 잠수함 역사상 처음으로 태평양을 가로지른다.

6월 한국·캐나다 해군 연합협력훈련 참가를 위해 캐나다 서부로 향하는 이번 항해는 최대 60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캐나다 차기 잠수함 도입 사업(CPSP)의 우선협상자 선정이 임박한 시점에 이뤄져 군사·산업 양 측면에서 관심이 집중된다.

해군은 25일 오전 경남 창원시 잠수함사령부 연병장에서 ‘한국·캐나다 연합협력훈련 참가전력 출항 환송행사’를 열고 도산안창호함을 태평양으로 보냈다. 행사에는 곽광섭 해군참모차장, 이용철 방위사업청장, 김태훈 해군잠수함사령관, 필립 라포르튠 주한캐나다대사, 콜린 크룩스 주한영국대사 등 300여 명이 참석해 양국 해군 협력 강화를 상징하는 첫 태평양 횡단을 배웅했다.

이날 진해군항을 떠난 도산안창호함은 태평양을 건너는 동안 미국 괌과 하와이에 기항해 군수품을 적재한다. 하와이에서는 캐나다 해군 잠수함 승조원 2명(부사관)이 추가로 승선해 캐나다 빅토리아까지 동승한다. 캐나다 해군 잠수함 승조원이 한국 잠수함에 편승하는 것은 지난해 12월 한·미 연합 대잠전 훈련 ‘사일런트 샤크(Silent Shark)’ 당시 3000t급 잠수함 안무함(SS-Ⅲ)에 이어 두 번째다.

도산안창호함은 진해에서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빅토리아 인근 에스퀴몰트 해군기지까지 편도 약 1만4000㎞를 항해한다. 이는 한국 잠수함 역사상 최장 이동 기록이다. 연합협력훈련을 마친 뒤에는 6월 말 하와이에서 미 해군 주관 다국적 해상훈련 림팩(RIMPAC)에 참가한 후 한국으로 복귀할 예정이다.

이번 항해에는 상징적 이벤트도 더해졌다. 도산안창호함에는 진해 바닷물을 담은 3000t급 잠수함 모형 캡슐 2개가 실렸다. 잠수함은 캐나다 해역에 도착한 뒤 두 캡슐에 캐나다 바닷물을 채우고, 한국과 캐나다가 하나씩 나눠 보관하기로 했다. 해군 관계자는 “태평양을 횡단하는 잠수함의 개척 정신과 양국 해군의 우호 협력을 상징하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도산안창호함의 태평양 횡단은 캐나다가 추진 중인 CPSP 사업과 맞물려 전략적 의미를 더한다. 캐나다 왕립 해군은 현재 보유 중인 2400t급 빅토리아급 잠수함 4척을 2030년대 중반까지 최대 12척의 신규 디젤 잠수함으로 대체할 계획이다. 이 사업은 한국(한화오션·HD현대중공업)과 독일(티센크루프 마린시스템스·TKMS)의 2파전 구도로 전개되고 있으며, 캐나다 정부는 이르면 상반기 내 우선협상자를 선정할 것으로 관측된다.

도산안창호함은 한국 잠수함 기술 도약을 상징하는 함정으로 평가된다. 한국 첫 잠수함인 장보고급 1번함은 독일에서 건조됐지만, 1200t급 2번함부터는 독일 설계를 바탕으로 한국에서 8척을 직접 만들며 기술 축적에 나섰다. 이어 2021년에는 설계부터 건조까지 전 과정을 독자 수행한 3000t급 도산안창호함이 취역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이 과거 ‘잠수함 산파’ 역할을 했던 독일과 어깨를 견줄 수준의 건조 능력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군사 협력과 더불어 양국 정부는 잠수함을 매개로 한 경제안보 협력 논의도 병행했다. 한국과 캐나다는 25일 서울에서 국장급 경제안보대화를 열고 잠수함 협력과 CPSP 사업 관련 산업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한국 측에서는 김선영 외교부 양자경제외교국장과 김영만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정책국장 대리가 참석했고, 캐나다 측에서는 조야 도넬리 외교부 동북아국장, 에마뉘엘 라무흐 전략국장, 제이미슨 맥캐이 혁신·과학·경제개발부 외국인투자심사국장이 자리했다.

양측은 캐나다 잠수함 도입 사업에서의 협력 가능성을 포함해 공급망과 안보를 아우르는 포괄적 파트너십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글로벌 지경학적 환경 변화와 자국 우선주의 확산이 초래하는 파급 효과를 함께 분석하고, 주요 전략 물자의 공급망 교란에 공동 대응하는 방안도 협의했다.

도산안창호함의 이번 태평양 횡단은 한국 해군 잠수함 운용 능력과 독자 건조 기술을 캐나다와 국제사회에 직접 보여주는 무대가 되는 동시에, 수십조원대 잠수함 수출을 겨냥한 ‘실전형 홍보 항해’ 성격도 띠고 있다.

한국이 독일과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기술력과 운용 경험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입증하느냐에 따라, 태평양을 건너는 이 항해가 향후 수십 년간 양국 안보 협력의 방향을 가를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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