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 사건 77주년] 국가 폭력의 상처, 여전히 치유되지 않은 역사
전승원 기자
segyenews7@gmail.com | 2025-04-03 14:24:43
- 진상 규명과 명예 회복, 여전히 진행 중
[세계뉴스 = 전승원 기자] 제주 4·3 사건이 올해로 77주년을 맞이했다. 이 사건은 1947년부터 1954년까지 제주도에서 벌어진 무력 충돌과 민간인 학살을 포함하는 한국 현대사의 대표적인 비극 중 하나다. 당시 정부의 강경 진압과 반공 이념에 따른 억압 속에서 수만 명의 무고한 제주도민이 희생되었으며, 이는 한국 역사에서 가장 참혹한 국가 폭력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다.
● 역사의 시작, 단독 선거 반대에서 촉발된 무력 충돌
4·3 사건의 기원은 해방 후 남한을 통치하던 미군정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한반도가 미군과 소련에 의해 분할 점령되면서, 남한에서는 미군정이 통치하게 되었다. 그러나 식민지배의 후유증과 경제적 혼란, 좌우 이념 갈등이 겹치면서 사회적 긴장이 극에 달했다.
1947년 3월 1일, 제주도에서 열린 삼일절 기념행사에서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발포하며 민간인 사망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반발한 제주도민들은 경찰과 행정 당국의 폭력적인 탄압을 규탄하며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이후 미군정과 이승만 정부는 제주도를 ‘불온 세력의 온상’으로 간주하며 강경 진압을 결정했다. 1948년 5·10 남한 단독선거를 앞두고, 남로당 제주도당을 중심으로 한 무장세력이 선거를 거부하고 경찰서를 공격하며 봉기가 시작되었다.
● 강경 진압과 학살, 3만 명 희생의 비극
정부는 남로당 세력 토벌을 명목으로 제주도에 계엄령을 선포하고 군과 경찰, 서북청년단을 동원해 대대적인 무력 진압을 감행했다. 이 과정에서 제주도 주민들은 ‘빨갱이’로 몰려 무차별적인 학살을 당했다. 특히 1948년 11월, 군경은 제주도민들에게 ‘산에서 하산하라’는 명령을 내렸지만, 이를 따르지 않은 사람들은 모두 반군으로 간주되어 즉결 처형되었다.
이후 한국전쟁이 발발한 1950년, 제주도에서는 ‘잔존 빨치산 색출’이라는 명목으로 추가적인 대규모 학살이 발생했다. 군경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빨치산 혐의를 씌워 처형했으며, 심지어 경찰에 의해 구금된 민간인들조차도 집단 총살되었다. 학살의 규모는 점점 커져 공식적으로 약 3만 명이 희생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당시 제주도 전체 인구의 10%에 해당하는 수치로, 그 참혹함을 짐작하게 한다.
제주도에 따르면 4·3으로 희생되거나 행방불명된 사람은 현재까지 13만 5094명에 이른다.
정부의 토벌 과정에서 마을 전체가 불태워지고, 가족 단위로 몰살당한 경우도 허다했다. 제주도 곳곳에는 암매장된 유해들이 아직도 발굴되지 않은 채 남아 있으며, 학살의 흔적은 여전히 제주도 곳곳에 남아 있다.
● 진상 규명과 명예 회복, 그러나 여전히 진행 중인 과제
제주 4·3 사건에 대한 진상 규명은 오랜 시간이 걸렸다. 1999년 ‘제주 4·3 사건 진상 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면서 사건의 조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이후 2003년에는 노무현 대통령이 국가 차원의 공식 사과를 발표했으며, 이는 정부가 처음으로 제주 4·3 사건을 ‘국가 폭력’으로 인정한 역사적 순간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2021년 4·3 특별법을 개정해 희생자 배·보상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으며, 유족들에 대한 보상과 진상 규명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사건의 책임자 처벌은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일부 보수 세력은 제주 4·3 사건을 ‘공산 반란 사건’으로 왜곡하며 희생자들을 다시 한 번 고통 속에 몰아넣고 있다.
● 76년이 지난 지금도, 제주 4·3의 진실과 정의를 위한 노력은 계속
제주 4·3 사건은 단순한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한국 사회가 반드시 기억하고 치유해야 할 역사적 비극이다. 희생자 유족들은 여전히 국가의 완전한 책임 인정과 가해자에 대한 처벌, 그리고 역사 교육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최근 제주 4·3 평화공원과 기념사업을 통해 사건의 기억을 보존하고,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제주도민들의 한(恨)은 아직도 풀리지 않았다. 진정한 화해와 치유를 위해 정부와 사회의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역사는 과거를 기억하는 자에게만 미래를 허락한다. 76년이 지난 지금도, 제주 4·3 사건의 진실과 정의를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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