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군산, 조선·해상풍력 소부장 산업의 전초기지로 다시 서야 한다
온라인뉴스부
segyenews7@gmail.com | 2026-08-22 09:08:01
군산은 한때 조선산업을 중심으로 전북 제조업의 한 축을 담당했다. 그러나 조선업 장기 침체와 대기업 조선소 가동 중단은 지역 제조업체와 협력업체의 연쇄적인 위축으로 이어졌다.
이제 변화의 기회가 다시 찾아오고 있다. 군산조선소 재가동과 함께 새만금 재생에너지, 전북 서남권 대규모 해상풍력 사업이 추진되면서 군산을 중심으로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고 있다.
문제는 대규모 발전사업이 지역경제의 실질적인 성장으로 연결될 수 있느냐다. 해상풍력 발전단지가 건설되더라도 핵심 기자재와 부품을 외지에서 제작해 군산으로 가져오고, 설치가 끝난 뒤 다시 빠져나간다면 지역에 남는 것은 제한적인 건설·소비 효과뿐이다. 대규모 국책·민간사업이 지역 제조업의 성장으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사업 초기부터 지역기업이 공급망에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그 해법으로 '전북특별자치도 군산 조선·해상풍력 소부장 공동지원센터' 구축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발전사업보다 중요한 것은 '지역 공급망'이다
현재 군산의 중소기업들이 해상풍력과 조선 기자재 공급망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장벽이 적지 않다.
제작·조립 공간은 물론 대형 야적장과 중량물 하역시설, 용접·도장시설, 시험·검사·인증 장비, 스마트 제조설비와 전문인력이 부족하다. 특히 이러한 시설은 개별 중소기업이 독자적으로 구축하기에는 투자비가 지나치게 크다.
따라서 공공이 공동 인프라를 구축하고 여러 기업이 함께 활용하도록 한다면 기업의 초기 투자 부담과 물류비를 낮추는 동시에 품질과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군산항 7부두 75선석과 배후부지는 바로 이러한 산업 기반을 구축할 수 있는 중요한 자산이다.
항만과 배후부지를 단순한 물류공간으로 활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제작·조립·물류·시험·인증·R&D·인력양성 기능을 집적한다면 군산은 해상풍력 산업의 단순 배후항이 아니라 핵심 공급망 거점으로 도약할 수 있다.
국내외 사례가 보여주는 방향
해외에서는 이미 항만을 중심으로 해상풍력 산업 생태계를 구축한 사례가 있다. 덴마크 에스비에르항은 부두와 야적장, 조립 공간, 관련 기업을 집적해 세계적인 해상풍력 산업 거점으로 성장했다. 독일 쿠크스하펜 역시 고하중 부두와 야적장, 전용 운송시설, 생산시설을 연계해 해상풍력 산업 기반을 구축했다.
영국의 ORE Catapult는 시험·실증과 연구개발을 중소기업의 사업화와 연결하는 방식으로 기술 경쟁력과 시장 진입을 지원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조선기자재 공동물류센터 등을 통해 중소기업의 물류비 절감과 공동사업을 지원한 사례가 있다.
이들 사례의 공통점은 명확하다.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항만·물류·제작·시험·인증·R&D·인력양성·수주 지원을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군산 공동지원센터가 해야 할 일
군산에 구축될 공동지원센터는 단순한 기업지원센터가 돼서는 안 된다. 첫째, 대형 조선·해상풍력 기자재를 보관하고 운송할 수 있는 중량물 공동물류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 둘째, 대형 부품과 블록을 제작·조립하고 용접·도장할 수 있는 공동 제작시설을 마련해야 한다. 셋째, 비파괴검사와 용접·도장·방식 등 시험·검사·인증 지원체계를 갖춰 지역기업이 대형 발전사업자와 제작사의 공급망에 진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넷째, AI와 로봇을 활용한 스마트 제조기술을 공동으로 활용하고 현장에서 실증할 수 있는 R&D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 다섯째, 용접·도장·검사 등 숙련기술 인력과 해상풍력 전문인력을 체계적으로 양성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지역기업의 공동수주와 공동구매, 해외 바이어 발굴, 수출 상담 등 판로와 수주를 직접 연결하는 기능도 갖춰야 한다.
행정이 시설을 만들고 기업이 산업을 만들어야
사업의 성패는 운영체계에 달려 있다. 전북특별자치도와 군산시는 부지와 기반시설, 행정·재정 지원을 담당하고, 지역 기업과 협동조합은 현장의 수요를 반영해 공동시설을 운영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군산대학교 등 대학과 연구기관은 시험·인증과 기술개발, 인력양성을 맡고 발전사업자와 대형 제작사는 지역기업의 공급망 등록과 물량 연계를 지원해야 한다.
특히 중요한 것은 '지역기업 참여'를 선언에 그치지 않고 실제 수주로 연결하는 장치다. 발전사업자와 대형 제작사가 지역기업을 공급망에 참여시키고 일정 수준의 지역 조달과 장기 구매를 연계할 수 있다면 공동지원센터의 효과는 훨씬 커질 수 있다.
군산의 미래는 '발전단지' 안에만 있지 않다
군산이 또다시 대규모 산업시설의 건설과 가동 여부에 지역경제의 운명을 맡겨서는 안 된다. 조선업 침체에서 얻은 가장 큰 교훈은 대기업 중심의 산업구조만으로는 지역 제조업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항만과 제조업, 조선과 해상풍력, 연구개발과 인력양성을 하나의 산업 생태계로 연결해야 한다.
새만금과 서남권 해상풍력이 군산에 새로운 성장 기회를 제공한다면, 그 기회를 지역기업의 기술과 일자리, 매출과 수출로 전환시키는 산업 기반부터 준비해야 한다.
군산항 7부두 75선석과 배후부지를 활용한 조선·해상풍력 소부장 공동지원센터는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군산이 단순히 해상풍력 기자재가 들어오고 나가는 항만에 머무를 것인지, 아니면 제작·조립·물류·시험·인증·설치·유지보수가 집적된 서해안 조선·해상풍력 산업 거점으로 도약할 것인지는 지금 어떤 기반을 구축하느냐에 달려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청사진이 아니다. 지역기업이 실제로 만들고, 시험하고, 인증받고, 수주할 수 있는 공동 산업기반을 만드는 실행이다.
군산의 산업 재도약은 대규모 발전사업의 규모가 아니라 그 사업의 부가가치를 얼마나 지역에 남길 수 있느냐에서 시작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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