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아이돌봄, 복지를 넘어 일자리로... 담양의 선도적 실험

온라인뉴스부

segyenews7@gmail.com | 2025-08-11 11:19:44

- 조부모 돌봄이 정식 돌봄으로 인정받는 사회를 위해 담양군의회 박은서 부의장.

담양군이 오는 8월부터 '조부모·손자녀 돌봄 지원사업'을 본격 추진합니다.

이 사업은 양육 공백이 발생한 가정에서 조부모가 손자녀를 돌보는 경우 이를 공식적인 돌봄활동으로 인정하고 지원하는 제도입니다. 부모의 소득이 기준 중위소득 150% 이하이고 손자녀가 생후 24개월부터 35개월인 가정이 대상입니다.

만 80세 이하의 조부모가 사전교육 200분을 이수한 뒤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 사이 하루 최대 4시간, 월 40시간 이상 손자녀를 돌보면 매월 30만원의 돌봄수당을 지급합니다. 돌봄활동은 출결 시스템을 통해 기록하고 이를 바탕으로 수당이 지급됩니다.

아직 전국적으로 시행되는 보편적인 제도는 아니지만, 담양군에서 이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행된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최초 제안자로서 매우 기쁘고 뿌듯한 마음입니다.

저는 지난 2023년 행정사무감사에서 노인일자리사업과 연계한 아이돌봄 방안을 제안했습니다. 조부모가 손주를 돌보는 활동을 단순한 가족의 의무로만 볼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필요한 돌봄활동으로 인정하고 일정한 보수를 지급하는 제도를 마련하자는 취지였습니다.

이는 손주를 맡기는 자녀에게는 경제적·심리적 부담을 덜어주고, 조부모에게는 손주를 돌보는 보람과 함께 경제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맞벌이 가정이 늘면서 아이돌봄 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돌봄은 더 이상 개별 가정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부모가 안정적으로 경제활동을 이어가기 위해서도, 아이가 안전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도 지역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할 중요한 사회적 과제입니다.

저 역시 이러한 현실을 반영해 지난해에는 소득에 따라 차등 지원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유형과 관계없이 아이돌봄 서비스 본인부담금의 50%를 감면하는 조례 개정을 발의했습니다. 그 결과 실제 돌봄이 절실한 맞벌이 가정으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조례를 제정하는 과정에서는 앞으로 늘어날 돌봄 수요에 대비해 아이돌봄 교사를 체계적으로 양성하는 일도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단순히 비용을 지원하는 것을 넘어 필요한 곳에 필요한 사람이 배치될 수 있도록 지역의 돌봄 인프라 자체를 키워야 한다는 판단에서였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할 부분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육아휴직과 아이돌봄 서비스의 연계 문제입니다.

육아휴직이 끝난 뒤 복직하면서 아이돌봄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가정이 아직 맞벌이 상태가 아니라는 이유로 신청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있습니다. 부모가 복직한 뒤에야 돌봄을 신청할 수 있다면 정작 돌봄이 필요한 시점에 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복직을 앞둔 부모가 미리 아이돌봄 서비스를 신청하고 준비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다 유연하게 개선할 필요가 있습니다.

행정은 현실보다 한발 앞서가야 합니다. 부모가 복직하는 순간부터 돌봄 공백이 발생할 것이 예상된다면, 그때 신청하도록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사전에 신청하고 서비스를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맞춤형 행정입니다.

조부모 돌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사회에는 이미 가족이 가족을 돌보는 수많은 돌봄 자원이 존재합니다. 문제는 그 돌봄이 개인의 희생과 책임으로만 남아 있다는 것입니다.

조부모가 손주를 돌보는 것을 당연한 가족의 역할로만 여기지 않고,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돌봄노동으로 인정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물론 조부모에게 돌봄을 맡기는 것이 모든 가정의 해답은 아닙니다. 전문적인 아이돌봄 서비스가 필요한 가정도 있고, 어린이집이나 다른 공공 돌봄서비스가 더 적합한 경우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가정의 상황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돌봄의 폭을 넓히는 것입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가 자신의 상황에 맞는 돌봄 방식을 선택하고, 조부모 역시 무리하지 않는 범위에서 돌봄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행정이 뒷받침해야 합니다.

담양군의 이번 조부모·손자녀 돌봄 지원사업은 그런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가족의 돌봄을 공공의 영역으로 끌어내고, 그 가치를 제도적으로 인정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정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이러한 사업이 일회성 지원에 그치지 않고 대상과 범위를 지속적으로 검토하면서 더 많은 가정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발전해 나가기를 기대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행정의 시선입니다. 아이돌봄은 단순한 복지사업이 아닙니다. 부모가 안심하고 일할 수 있게 하고, 조부모의 경험과 시간을 사회적 자원으로 활용하며, 아이가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사회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투자입니다.

아이를 키우는 일이 더 이상 한 가정만의 부담이 되지 않도록, 부모와 조부모 그리고 지역사회가 함께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촘촘한 돌봄체계를 만들어가는 것이 우리의 과제입니다.

행정은 기다리는 지원이 아니라, 필요한 순간보다 먼저 준비하는 지원이어야 합니다. 아이와 부모가 안심할 수 있는 돌봄사회로 한 걸음 더 나아가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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