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반출 관리, 인천공항 보안 관리 체계 혼선… 허브공항 허점 드러나
전승원 기자
segyenews7@gmail.com | 2025-12-26 09:42:15
- 대통령 업무보고 자리서 언론 대응 도마 위… 국가 허브공항 수장 자격 논란
[세계뉴스 = 전승원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인천국제공항공사 업무보고 자리에서 “달러를 책갈피에 끼워 출국하면 걸리지 않는다는 말이 사실이냐”고 묻자,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은 “달러 반출입은 공사 소관이 아니라 관세청 소관”이라며 업무 범위 밖이라는 취지로 답변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공사 검색대에서 체크하지 않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이 사장은 끝내 “관세청 업무”라며 책임을 선을 긋듯 넘겼다.
그러나 이후 진행된 관세청 업무보고에서 이 사장의 설명과는 다른 답변이 나왔다. 이 대통령이 같은 질문을 하자 이명구 관세청장은 “공항 검색대에서 불법 달러 유출입이 적발되면 관세청으로 연락이 오고, 그때 조치를 취한다”고 밝혔다. 이는 출국 과정에서 먼저 공항 검색대를 통과하며 1차 보안 검색이 이뤄지고, 이 과정에서 문제가 발견되면 관세청이 후속 조치를 하는 구조임을 명확히 설명한 것이다.
즉,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서 이뤄지는 소지품 검사를 통해 상당 부분이 1차적으로 걸러지고 있으며, 공항공사의 보안 검색은 불법 반출입 차단의 출발점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이학재 사장은 이를 “관세청 소관”으로만 단순화해 설명했고, 결과적으로 대통령에게 부정확한 업무 보고를 한 셈이 됐다.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후 이 사장은 언론 대응 과정에서 “책갈피에 달러를 끼워 나가면 된다는 사실을 온 국민이 알게 됐다”는 취지로 언급하며, 대통령의 질문이 오히려 범죄를 부추긴 것처럼 비쳐질 수 있다는 뉘앙스의 해명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항 검색 체계의 허점을 점검하기 위한 대통령의 질의를 문제 삼아 책임의 방향을 거꾸로 돌린 셈이다.
그러나 문제의 본질은 질문이 아니라 검색대에서 해당 행위를 적발하지 못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대통령이 ‘책갈피’라는 구체적 사례를 언급한 것은 보안 체계의 실효성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지, 위법 행위를 조장하기 위한 발언으로 보기 어렵다. 이를 두고 대통령의 질문이 부적절했다는 식의 언론 플레이는 공공기관 수장으로서 책임 있는 태도와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천국제공항은 2001년 동북아 허브공항을 목표로 개항해 현재 약 7만 명이 종사하는 세계적 공항이다. 국제화물 처리량 세계 2위, 국제여객 세계 5위 규모로 대한민국의 하늘길을 책임지는 핵심 국가 기반시설이다. 이런 공항의 최고 책임자가 기본적인 보안 업무 체계와 기관 간 역할 분담조차 명확히 설명하지 못한 채 대통령 업무보고 자리에 섰다는 점은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만약 검색대가 허술해 달러를 책갈피에 끼워도 빠져나갈 수 있다는 인식이 국민 사이에 일반화돼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이미 허브공항의 신뢰는 크게 훼손된 상태다. 그럼에도 책임 기관이 어디인지조차 명확히 설명하지 못하고, 나아가 문제 제기를 한 대통령에게 책임을 돌리는 듯한 태도는 관리 부실을 넘어 국가 보안에 대한 인식 결여로 이어질 수 있다.
대통령 업무보고는 형식적인 절차가 아니다. 국가 최고 책임자에게 현안을 정확히 보고하고, 문제점을 공유하며 개선 방향을 마련하기 위한 공식 자리다. 자료를 충분히 검토하고 사실관계를 정리한 뒤, 책임과 역할을 명확히 설명하는 것은 공공기관장의 기본 책무다.
인천국제공항이 ‘대한민국 허브공항’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위상을 유지하려면, 보안 체계에 대한 냉정한 점검과 함께 책임을 회피하지 않는 보고 문화부터 바로 세워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세계로 향하는 관문은 언제든 허술한 통로로 전락할 수 있다는 국민적 불신을 피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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