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군을 모르는 개혁은 위험하다…통수권자의 안보 인식이 시험대에 올랐다
전승원 기자
segyenews7@gmail.com | 2026-08-06 08:17:00
[세계뉴스 = 전승원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국군사관학교 통합 추진과 관련해 “신속하고 강력하게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미래 전장 환경 변화에 맞춰 합동성과 통합 지휘 능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국가 안보의 근간인 군 지휘관 양성 체계를 다루는 문제인 만큼 속도보다 방향과 깊이가 우선돼야 한다.
군 개혁은 필요하다. 그러나 개혁의 대상은 군의 전문성이 아니라 잘못된 관행과 제도적 허점이어야 한다. 과거 일부 군 인사들이 헌정 질서를 위협한 역사적 과오가 있었다고 해서 수십 년 동안 축적된 군사 교육과 전문성까지 부정하는 것은 또 다른 극단이 될 수 있다.
특정 출신과 조직을 문제의 원인으로 규정하는 이분법적 접근은 군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오히려 미래 전장 대비 능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군은 정치 조직이 아니라 국가 안보를 책임지는 전문 조직이다. 필요한 것은 해체가 아니라 보완이며, 부정이 아니라 발전이다.
대통령은 대한민국 군 최고 통수권자다. 그렇기에 군을 바라보는 시각은 일반 행정과 달라야 한다. 군은 조직도를 바꾸고 제도를 손보는 대상이 아니라, 국가 위기 상황에서 국민의 생명과 자유를 지키는 마지막 보루다.
최근 빈총 경계 논란은 우리 군의 기본 임무와 대비 태세를 다시 묻게 한 사건이다. 최전방에서 국민의 생명을 지켜야 할 경계 체계에 문제가 발생했다면 이는 단순한 실무 착오가 아니라 군 기강과 안보 의식 전반을 점검해야 할 사안이다.
안보 문제를 다루는 과정에서도 신중함이 필요하다. 군 내부 문제를 개선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공개와 보안, 비판과 신뢰 사이의 균형을 잃어서는 안 된다. 군 통수권자의 메시지는 수십만 장병의 사기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국방부 장관의 역할은 대통령의 지시를 그대로 전달하는 데 있지 않다. 그래서 국가가 국방부 장관 자리에 전문성을 갖춘 인물을 임명하는 것이다.
장관이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적고 이행하는 역할에 머문다면, 그것은 인사와 국정 운영 체계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한 문제다. 장관은 각 분야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국가 현안을 분석하고, 대통령에게 정책적 판단과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 책임 있는 자리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이러한 문제를 인식한 듯 장관들에게 전문성을 갖고 밤을 새워서라도 현안을 공부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며 답답함을 드러낸 바 있다. 이는 장관이 자신의 분야에 대한 깊은 이해와 책임 있는 판단을 바탕으로 국정 운영에 참여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특히 국방부 장관은 군의 현실과 미래 전장의 변화를 누구보다 깊이 이해하고, 필요하다면 대통령에게도 다른 의견과 우려를 가감 없이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은 지시를 그대로 수행하는 사람이 아니라, 국익을 위해 직언할 수 있는 전문 참모다.
국무위원들은 대통령의 결정을 일방적으로 추인하는 자리가 아니다. 각 분야 최고 전문가들이 모여 국가의 미래를 놓고 치열하게 토론하고, 때로는 대통령에게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더 나은 해법을 찾는 자리여야 한다.
최근 안규백 장관을 둘러싼 탈영 관련 의혹이 제기된 상황에서도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설명과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군 장병에게 규율과 책임을 요구하려면 지휘부부터 원칙과 책임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대한민국 안보는 실험 대상이 아니다. 통합군사학교 역시 충분한 연구와 전문가 검토, 현장의 목소리를 바탕으로 추진돼야 한다. 미래 전장에서는 합동성이 중요하지만, 각 군이 가진 전문성을 약화시키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
과거의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제도를 고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과거의 그림자 때문에 미래를 준비할 군의 역량까지 훼손해서는 안 된다.
강한 군은 비판과 통제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전문성을 존중하고 책임 있는 지휘 체계를 세울 때 만들어진다.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은 어떻게 하면 국민이 신뢰하는 강한 군으로 발전시킬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
국가 안보 앞에서는 정치적 계산보다 냉철한 현실 인식이 우선이다.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의 생각을 실행하는 조직이 아니라, 국가를 위해 때로는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전문 참모진이다.
군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개혁은 개혁이 아니라 또 다른 위험이 될 수 있다.
[ⓒ 세계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