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개구 '계도지' 배포 예산 100억 원 대 집행 … 몇몇 기득권 신문만 배불리는 구조

조홍식 기자

news@segyenews.com | 2018-10-08 09:08:48

구청별 연 2억~6억 원 대, 단체장 홍보수단 '관보지' 전락 … "신규언론사 하늘에 별 따기"

[세계뉴스] 조홍식 기자 = 미디어오늘이 지난 3일자 서울 25개 자치구 2018년도 계도지 예산현황 등을 정보공개 청구한 자료에 따르면 25개 구청이 통반장에게 배포하는 계도지 예산은 연간 100억 원대를 집행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계도지는 박정희 정권이 1970년대부터 정부에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통·반장 등에게 나눠주던 신문을 말한다.

 
행정안전부 재정정책과는 2011년 3월 ‘지방예산 질의회신 사례집’에서 “지역신문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목적이라 하더라도 통·반장에 대해 지역신문 구독을 위한 보조금을 지원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지방자체단체 수준에서 계도지 예산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자치단체장이 직선제의 영향으로 단체장의 동정보고 홍보나 행사 등을 주요홍보수단으로 널리 알리는데 삼기 때문에 그렇다는 분석이다.

▲ 서울 25개 자치구에서 연간 100억 원 이상의 예산을 들여 신문을 구입해 통반장에게 지급하고 있다. (사진출처= 미디어오늘) 

 
서울시 일선의 각 구청은 2억 원에서 많게는 6억 원이 넘는 계도지 예산을 책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25개 구의 계도지 예산을 모두 합하면 연간 108억 808만 7000원 규모이다. 이러한 형태는 2개구가 매년 100억 원 이상의 예산을 특별한 명분 없이 언론사 몇몇을 기득권화시켜 신문을 구매해줬다는 것이다.  


각 자치구별 예산을 들여다보면 강남구(5억4192만원), 관악구(4억4200만원), 광진구(2억3778만원), 금천구(3억3312만원), 노원구(4억2303만원), 동대문구(3억3100만원), 서초구(5억788만8000원), 성동구(4억4730만원), 양천구(3억546만원), 영등포구(4억4376만원), 용산구(3억4470만원), 중랑구(2억2140만원) 등 12곳은 중앙지만 구매해 통반장에게 지급했다. 금천구의 경우 일간지 뿐 아니라 시사인(60부), 한겨레21(20부), 주간경향(20부), 시사저널(20부) 등 시사주간지도 구매해 통반장에게 지급했다.


나머지 13개 구의 경우 중앙지 뿐 아니라 지역신문까지 구매해 통반장에게 지급했다. 특히 서울신문·문화일보·내일신문 등 특정업체가 구독 순위를 거의 차지해 버렸다.

 
이 중 계도지 예산이 가장 많은 구는 송파구이다. 서울신문(1816부), 문화일보(355부), 내일신문(149부), 헤럴드경제(7부), 시정신문(232부), 송파신문(260부), 구민신문(311부), 동부신문(191부), 토요저널(171부) 등 14개 신문사 5107부를 구입하는데 총 6억1192만8000원이었다. 이어 강서구(6억2184만원)·성북구(6억1192만8000원) 순으로 계도지 예산이 많았다. 예산이 가장 적은 중랑구(2억2140만원)·광진구(2억3778만원)·종로구(2억4882만원) 등도 2억원이 넘었다.


이렇게 매년 수억 원을 사용하지만 어떤 지역신문에 얼마를 지원할지 결정하는 기준은 없다는 게 문제이다.
지자체는 통반장에게 신문구독 등 직무수행 시 필요한 편의를 제공과 계도지 예산을 책정할 수 있다는 근거를 마련해두고 이를 활용하고 있지만, 이와는 반대로 건전한 지역신문을 만들기 위한 방안과는 전혀 거리가 멀다.

 
한편 계도지 구독현황에 점령당한 전통적 기반을 앞세운 홍보담당 부서도 손을 놓는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신규언론사 입점은 그야말로 하늘에 별 따기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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