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직자 스스로 심의·의결 참여 후 인센티브 수령한 이해충돌 구조
[세계뉴스 = 정서영 기자] 충북대학교와 한국교통대학교의 통합이 무산된 책임을 지고 물러난 고창섭 전 충북대 총장이 사퇴 두 달 만에 글로컬대학 사업비에서 성과급을 수령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커지고 있다. 애초 대학 혁신과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투입된 글로컬대학 예산이 대학 보직자·교직원 성과급과 포상금으로 광범위하게 쓰였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3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박정훈 의원실에 따르면, 고 전 총장은 충북대와 한국교통대 통합 추진 과정에서 구성원과의 소통 부족 등을 인정하며 2025년 12월 22일 총장직에서 사퇴했다. 이후 교수로 복귀한 그는 불과 두 달여 뒤인 2026년 2월 27일 글로컬대학 사업비에서 성과급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통합 무산의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난 인사에게 어떤 성과를 인정해 성과급을 지급했는지에 대해 의문과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논란은 개인을 넘어 대학 전체 운영으로 번지고 있다. 글로컬대학 성과평가에서 2년 연속 D등급을 받은 충북대는 2025년 194명, 2026년 97명 등 총 291명에게 5억 9,262만 원의 인센티브를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과가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은 대학이 상당한 규모의 인센티브를 집행한 셈이다.
인센티브 지급 결정 과정의 이해충돌 가능성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인센티브 지급 심의·의결 과정에는 기획처장, 기획과장 등 주요 보직자들이 참여해 심의·의결서 작성과 의사결정에 관여했는데, 이들 중 상당수가 실제 인센티브 수령 대상자에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스스로 기준을 정하고 심의한 뒤 본인이 성과급을 받는 구조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충북대의 또 다른 재정사업인 '월드클래스 특성화학과' 선정 과정 역시 투명성 논란에 휩싸였다. 충북대는 총 55억 원 규모 예산을 47개 학과에 배정하는 과정에서 사업 설명회를 열었다고 밝혔지만, 선정되지 못한 일부 학과들은 "설명회 참여 기회조차 없었다"고 반발하고 있다. 통상적인 사업처럼 공고 → 신청서 접수 → 심사·선정 절차를 거친 것이 아니라, 이미 내정된 학과를 대상으로 뒤늦게 공고와 신청을 진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감독 책임이 있는 교육부의 관리 방식도 도마 위에 올랐다. 충북대와 한국교통대가 체결한 '모델 혁신 이행 협약서'(2024년 2월) 제6조는 실행계획 이행이 미흡할 경우 교육부 장관이 별도의 성과관리 절차를 거쳐 특성화 지방대학 지정을 취소하거나 협약 해지, 지원금 일부·전액 환수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취할 수 있다"는 재량 규정일 뿐, 성과 미흡 시 반드시 환수하도록 한 의무 규정이 아니어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정훈 의원은 "글로컬대학 사업은 대학의 혁신 역량을 강화하고 지역사회와의 동반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국가재정을 투입하는 사업"이라며 "사업 수행에 기여한 구성원에게 정당한 인센티브를 지급할 수는 있지만, D등급을 받고 통합마저 무산된 대학에서 어떤 기준과 근거로 인센티브를 지급했는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이어 "성과가 미흡해도 인센티브를 나눠 갖는 구조, 이해관계자가 직접 심의·의결에 참여하는 구조, 교육부가 재량에만 맡겨두는 관리 체계가 그대로라면 글로컬대학 사업의 취지가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다"며 "사업비 집행 기준과 성과급 지급 기준을 명확히 하고, 필요할 경우 환수 등 강력한 조치를 제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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