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홍릉수목원 "보존이냐…개방이냐" 놓고 격론
전승원 기자
news@segyenews.com | 2015-07-30 17:59:42
시민연대 "명성황후 역사의 고취 장소, 탐방로 설치 등 시민에게 개방돼야"
전정일 교수 "홍릉시험림은 지역만의 자산이 아니다. 산림과학이 필요한 곳"
▲ 30일 '홍릉시험림의 지속가능한 보전과 이용을 위한 토론회'에서 남성현 국립산림과학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세계뉴스 |
[서울=세계뉴스] 전승원 기자 = 홍릉시험림의 지속가능한 보전과 이용을 위한 토론회가 7월 30일 오후2시 국립산림과학원 산림과학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남성현 원장을 비롯한 동대문구의회 김명곤 의장과 오세찬 부의장, 김창규 운영위원장, 이영남 복지건설위원장, 주정 의원, 시민연대 백금산 위원장, 생명의숲 정영숙 회장 등 주민 100여명이 참석하여 높은 관심사를 나타냈다.
홍릉시험림은 홍릉수목원으로 알려져 있으며 서울 동대문구 회기로 57번지다. 천장산은 성북구와 나누어져 있으며 보존기간이 90년의 역사를 안고 있는 유일한 보호림지역이다. 이곳에서 산림연구를 맡아보는 근무자는 400여명으로 이 중 243명의 연구원이 각 종 식물생태계연구와 병해충 예방을 연구하고 있다. 특히 매년 발생되는 소나무 재선충에 관한 유일한 연구기관이다. 또한 명성황후의 역사고취가 그대로 묻어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토론회는 조재형 박사(산림생태연구과) 사회로 홍릉시험림 관리 및 운영현황을 주제로 발표했다.
이어 홍릉시험림 중장기 발전방향에 대해 전정일 교수(신구대학교)가 발표에 나섰고, 지속가능한 홍릉시험림의 보전과 이용에 대해서는 서재철 이사(녹색연합)가 발표했다.
현재 국립산림과학원은 주말에는 오전 10시부터 6시까지 개방하고 있으며, 평일에는 접수를 받아 일일 500명이하 개방선을 유지 하고 있다. 이에 지역주민들은 평일에도 예약제가 아닌 전면개방을 해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 주민과 전문가들은 오랫동안 보존이 잘 되어 온 만큼 개방이 꼭 좋은 건 아니다. 우리 것을 지킨다는 건 곧, 온전한 휴식으로 연결 된다며 점진적 개방이라는 대안을 제시하는 의견도 뒤따랐다.
국립산림과학원측은 보존에 따른 점진적 개방 목소리에 귀를 기우린 반면 지역주민과 시민연대는 완전 개방으로 맞서는 등 이견이 팽배했다.
▲ '홍릉시험림의 지속가능한 보전과 이용을 위한 토론회'에 참석한 동대문구의회의원들과 시민들이 주제발표를 경청하고 있다. © 세계뉴스 |
동대문구의회에서는 예산을 들여 이곳에 산책로인 탐방로를 개설해 주민들에게 돌려준다는 계획이다.
이영남 복지건설위원장은 “(산림원측이) 100년의 역사 보존을 알린다면서 한눈에 꿸 수 있는 자료가 고작 (A4) 한 장짜리로 설명하려 했다”면서 자료 부족을 질책했다.
이어 그는 “천장산 개방요구 민원이 많아졌다. 구의회는 서울시에 18억6천만원의 둘레길 조성 예산을 추진하고 있다. 주민들에게 휴식처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복지라고 생각한다”라며 “개방 후 문제점은 차후 개선해 나가면 된다. 현재 문제가 없는 것으로 개방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백금산 위원장은 "이곳은 명성황후의 역사가 숨 쉬고 있는 곳이다. 역사의 고취 장소로 손색이 없다. 탐방로를 갖추어 개방하게 되면 결국 명산이 되는 것이다. 사람이 많이 찾는다고 산림보존이 어렵다는 생각은 잘 못됐다. 그건 관리의 기술적인 문제이지 훼손이라는 폐쇄적 의미는 얇다고 본다"면서 "(마사토를 많은 사람이 밟으면 망가진다는 것에 대해) 그 문제로 기초질서가 무너지진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또 "개방으로 인한 지역사회의 경제적 부가 가치도 동반상승한다. 이제는 인간중심 사회로 패러다임을 새롭게 개방이라는 틀 안에서 긍정적 해답을 찾으려는 자세가 중요하다. 우리 시민들 의식수준이 높아졌다. 개방으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정영숙 회장은 “접근방식이 중요하다면서 전면개방에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근린공원식 개방은 안된다. 천장산을 동대문구의 명품산으로 가꾸기 위해서는 이용과 준칙을 잘 만들어 모두가 이롭게 합리적인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전정일 교수는 “자연자원은 시간의 역사로써 의미를 갖고 있다. 지역만의 자산은 아니다. 홍릉시험림은 산림과학이 필요한 곳이다. (산림과학원이) 정보제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이곳이 뭘 하는 곳인지 왜 보존되어야 하는지 등 시민과 소통을 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대체적으로 산림을 보존하자는 데는 큰 이견이 없어 보였다. 그러나 시설물 관리와 개방시기, 개방범위에 대해서는 뼈있는 지적도 나왔다.
▲ 김성덕 시민연대 사무국장은 연단앞에 나와 "천장산은 일제강점기 시대부터 폐쇄적인 정책때문에 90년동안 개방이 이뤄지지 않았으나 이제는 시민에게 개방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세계뉴스 |
김성덕 시민연대 사무국장은 “천장산 43만㎡중 41만㎡를 폐쇄하고 있다. 2만㎡에는 일제강점기 때 식재된 나무가 70%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 각지에서 들여온 나무가 25%, 그리고 수입품종(베트남, 필리핀, 대만, 중국, 캐나다, 미국, 북한 등) 0.5%가 식재되어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홍릉시험림 내) 정작 희귀식물은 없었다. 산림과학원측에서 산림훼손은 폐쇄라는 구태여적 사고가 울타리를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또 “국립산림과학원은 26개동의 건물이 있다. 입구에서 부터 각 건물 주차장에 이르기까지 시멘트와 아스콘으로 포장을 두른 것은 산을 가꾸자는 게 무색할 정도로 생활 편의적으로 되어 있다”면서 “정말 산을 사랑하고 보존하려는 마음이면 이런 거 하나하나까지도 허투로 맘대로 하지 않아야 한다. 나뭇가지 하나라도 자연 상태로 보존하는 것이 지속가능한 산림보호인 것이지 흙먼지를 싫어하면서 자연 사랑을 얘기하면 안 된다. 완전한 자연인으로 산림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토론회 참석자 주민은 “개방을 한다 해도 일부 주민이 이용을 하는 것인데 이는 훼손과의 거리가 있다. 평일에도 일정시간 개방을 해줬으면 좋겠다. 산림보존이 사람보다 중요하는가? 지역에 살면서 천장산을 갈수 없다는 것이 아쉽다”라고 했다.
일괄답변에 나선 남성현 원장은 “토론회에 많은 분들이 참여하신걸 보고 관심도가 높다는 것을 알았다. 국민행복, 국가발전, 현정부의 정부3.0의 국민행복의 기조에 산림청이 지속가능한 생태계 증진에 여러 의견을 종합해 판단하겠다. 또 산림시험림의 중요한 국가과제로 판단을 잘 내려야 하는데 고심하고 합리적인 대안을 찾겠다. 예산문제 등 모든 여건을 감안 무신불립(無信不立 : 믿음이 없으면 살아나갈 수 없다는 뜻)의 서로 신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민들의 개방요구에 대해 경청하였고 삶의 질을 높이는데 어떤 방법이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는지 국민행복에 대해 고민을 깊이해서 결정하도록 하겠다. 오늘 참석자 모든 분께 감사말씀 드린다”고 말했다.
지역주민들의 개방요구도 일리가 있는 만큼 그 대안으로 지역주민들에게 상시개방으로 하고 타 지역민들은 순차적으로 예약제를 시행하는 등 탄력적 운영 개선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한편 동대문구 시민연대는 천장산이 매일 개방될 때까지 투쟁을 이어 나갈 것이라고 밝혀 동대문구청, 국립산림과학원과의 마찰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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