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동서남북] "선글라스만 써도 당선"은 옛말… 서울 구청장 선거 흔드는 교차투표와 인물론
전승원 기자
segyenews7@gmail.com | 2026-05-27 13:50:36
- 공천 파열음·현역 프리미엄 변수… 서울 구청장 선거, 독자 표심 시험대
- 줄투표 약해진 서울 민심 관건… 생활 현안·후보 경쟁력이 표심 가른다
▲ 6·3 지방선거 사전투표를 이틀 앞두고 서울 구청장 선거가 서울시장 선거의 '그림자 투표'로 이어질지 주목되는 가운데, 서소문고가 철거 붕괴 사고까지 겹치면서 유권자들의 생활안전 민감도가 크게 높아지고 있다. (챗GPT 이미지)
[세계뉴스 = 전승원 기자] 6·3 지방선거 사전투표를 이틀 앞두고 서울시장 선거 결과가 25개 자치구 구청장 선거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4년 전 지방선거에서 서울 유권자들이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을 서로 다른 정당 후보에게 나눠 찍는 이른바 ‘교차투표’ 성향을 뚜렷하게 드러냈던 만큼, 이번에도 비슷한 흐름이 재현될지 주목된다.
여야 서울시장 후보가 박빙 승부를 이어가면서 양당 모두 구청장 선거에서의 교차투표 가능성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서울시장 선거 판세가 전체 선거 흐름을 강하게 견인할 경우 기초단체장 선거 역시 같은 방향으로 쏠릴 수 있지만, 자치구별 현안과 후보 개인 경쟁력이 더 부각될 경우 시장 표심이 그대로 하향 전이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특히 최근 서울 도심에서 발생한 서소문고가 철거 붕괴 사고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예상 밖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대형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반복되는 안전관리 부실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유권자들의 생활안전 민감도가 크게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사고는 단순한 현장 사고를 넘어 “서울 한복판에서도 여전히 안전불감증이 반복되고 있다”는 시민 불안을 자극했다는 평가다. 정치권에서는 재개발·재건축과 도시 인프라 정비가 핵심 선거 이슈로 부상한 상황에서 안전관리 능력과 현장 대응 역량 역시 후보 평가의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022년 6·1 지방선거는 서울시장과 구청장 선거 결과가 완전히 일치하지 않았다. 당시 오세훈 후보가 서울 25개 자치구 전역에서 승리하며 압승을 거뒀지만, 구청장 선거에서는 국민의힘이 17곳, 더불어민주당이 8곳을 차지하는 데 그쳤다. 시장 선거의 일방적 흐름이 기초단체장 선거까지 그대로 이어지지는 않았다는 의미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두고 과거의 ‘줄투표’ 관행이 점차 약해지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때는 “선글라스만 끼고 나와도 당선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특정 정당 공천만 받으면 손쉽게 당선되는 지역들이 존재했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다는 것이다.
정당 영향력이 여전히 중요한 변수인 것은 맞지만, 유권자들의 투표 방식 자체가 이전과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처럼 정당만 보고 일괄 투표하기보다, 누가 지역 현안을 해결할 적임자인지 직접 따져보는 경향이 강해졌다는 설명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지역 일꾼을 뽑는 선거를 정당 공천에만 맡겨뒀더니 각종 공천 잡음과 비리 논란이 반복됐고, 당선 이후 주민보다 자신의 정치 행보에 집중하는 정치인들에 대한 피로감도 누적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결국 유권자들이 정당보다 인물과 지역 밀착도를 더 중요하게 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는 단순 정당 대결보다 지역 현안 대응력과 후보 경쟁력이 훨씬 중요하게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재개발·재건축, 교통, 복지, 교육, 주차 같은 생활 밀착형 의제에 대한 평가가 실제 표심을 좌우한다”고 말했다.
현역 프리미엄 역시 주요 변수다. 민주당 6곳, 국민의힘 11곳 등 총 17개 자치구에서 현직 구청장이 다시 출마했다. 이미 지역 인지도를 확보한 현직 단체장이 정당 구도와 무관하게 표를 끌어올릴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는 분석이다.
국민의힘은 현직 구청장이 포진한 지역을 중심으로 ‘행정 지속성’을 앞세워 수성 전략에 나서고 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서울시정 교체론과 ‘정권 안정론’을 동시에 부각하며 자치구 권력 지형 재편을 시도하는 구상이다.
다만 양당 모두 내부 변수도 적지 않다. 민주당은 일부 지역에서 공천 과정의 파열음이 이어지고 있고, 국민의힘 역시 보수 강세 지역에서 무소속 출마 변수 등이 완전히 정리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 안팎에서는 서울시장 선거 흐름이 기초단체장 선거에 미치는 영향이 예상보다 제한적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강북구의 경우 더불어민주당이 최종 경선 후보를 배제한 뒤 전략공천 방식으로 선거를 치르면서 당내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난 상태다. 지역 정치권 일각에서는 “광역·기초의원은 민주당, 단체장은 국민의힘 후보를 선택하는 방식으로 유권자들이 전략적 투표를 통해 중앙당에 경고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전략공천에 반발한 일부 당원과 지지층의 이탈이 정당 구도와 별개로 이른바 ‘반(反)공천 표심’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변수로 거론된다.
성북구 역시 현직 구청장을 둘러싼 각종 논란이 이어지며 판세를 쉽게 예단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역 프리미엄과 피로감이 충돌하는 가운데, 서울시장 선거 흐름이 어느 쪽에 더 유리하게 작용할지도 주요 변수로 꼽힌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이번 서울 구청장 선거를 두고 “서울시장 선거의 단순한 그림자 선거가 아니라 각 자치구가 독자적인 표심 구조를 드러내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서울시장 선거 결과와 무관하게 지역 현안과 후보 경쟁력이 얼마나 표심을 갈라놓을지, 또 4년 전처럼 교차투표가 재연될지가 이번 지방선거의 핵심 관전 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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