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학생들, 교과서 밖에서 만나는 '살아 있는 무형유산'…전승자가 직접 학교로 간다
윤소라 기자
segyenews7@gmail.com | 2026-09-28 10:01:20
- 중·초·특수학교 대상 10~12월 운영, 서울형 학교예술교육 모델로 확산 추진
[세계뉴스 = 윤소라 기자] 서울시교육청이 국가무형유산 보유자와 전승자가 직접 학교를 찾아가는 새로운 전통예술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한다. 학생들이 교과서 속 사진과 글이 아닌 '살아 있는 장인'과 '현장 예술'을 통해 전통을 배우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서울특별시교육청(교육감 정근식)은 국가무형유산을 학교 예술교육과 연계해 전승자가 학생들을 직접 만나는 '이음:다음 전통예술교육'을 올해 처음 운영한다고 밝혔다. '이음:다음'이라는 이름에는 현재의 전통을 다음 세대로 자연스럽게 잇겠다는 의미가 담겼다.
이 프로그램은 우리 전통예술이 지닌 교육적 가치를 학교 현장에 연결해 학생들의 이해와 관심을 높이고, 미래세대로 새롭게 이어가는 것을 목표로 한다. 단순한 견학이나 일회성 체험이 아니라 국가무형유산 자원을 정규 교육과정과 직접 연계해, 전승자의 시연과 이야기를 보고 듣고 경험하는 '참여형 수업'으로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서울시교육청은 9월 30일부터 10월 9일까지 참여를 희망하는 학교 신청을 받은 뒤, 10월부터 12월까지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학교급과 교육과정, 프로그램 특성을 고려해 △중학교 전환기 학생 대상 '기능분야 전통예술교육' △초등학교·특수학교 학생 대상 '예능분야 전통예술교육'으로 나눠 진행한다.
이번 사업의 핵심은 국가무형유산 보유자와 전승자가 교실로 직접 들어온다는 점이다. 장인의 기술을 그대로 따라 해보는 수준을 넘어, 학교 교육과정과 연계해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 '왜 이런 소리와 몸짓이 생겨났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전통에 담긴 원리와 생각을 함께 탐구하는 협력수업으로 운영된다. 교사는 전승자와 함께 수업을 공동 설계·진행해, 전통예술을 국어·사회·과학·예술 등 다양한 교과와 연결하는 역할을 맡는다.
중학교 전환기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기능분야 수업에서는 국가무형유산 보유자가 직접 학교를 찾아 전통기술에 담긴 재료·구조·원리를 탐구한다. 소목장 보유자 소병진 씨가 진행하는 '못 없이 버텨라!' 수업에서는 나무의 성질과 짜맞춤 기법에 담긴 구조적 지혜를 다룬다. 학생들은 못 하나 쓰지 않고도 버티는 전통 목가구의 구조를 관찰하며, 재료 선택과 결합 방식에 숨어 있는 과학적 원리를 찾아보게 된다.
화각장 보유자 이재만 씨의 '쇠뿔에 혼을 그려넣다' 수업에서는 쇠뿔이라는 독특한 재료의 특성과 빛·색·문양의 관계를 살핀다. 투명도와 굴절, 색의 변화를 활용해 장식품을 만들어온 전통기술을 통해, 학생들은 예술과 과학이 결합된 전통 공예의 세계를 체험한다. 악기장 보유자 조준석 씨의 '좋은 소리의 비밀' 수업에서는 전통 현악기의 재료와 구조를 관찰하고, 직접 소리를 실험하며 좋은 울림이 만들어지는 원리를 탐구한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장인의 결과물을 단순히 따라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장인의 눈–장인의 생각–장인의 손'의 과정을 따라가며, 전통기술 속 문제 해결 방식과 창의성을 경험하도록 유도된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를 통해 학생들이 전통에 담긴 원리와 의미를 스스로 발견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표현하는 능력을 기르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초등학교와 특수학교를 대상으로 하는 예능분야 수업에서는 국가무형유산 보유자·전승자와 국가유산진흥원 예술단이 학교를 찾아 전통음악과 춤을 선보인다. 학생들은 눈앞에서 펼쳐지는 공연을 감상하는 데서 나아가, 소리·몸짓·장단을 직접 따라 해보고 전승자와 함께 전통예술의 원리와 의미를 찾아보는 참여형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다.
예를 들어 장단을 몸으로 느끼며 리듬을 익히고, 간단한 동작과 소리를 통해 전통춤과 음악의 기본 요소를 체험하는 방식이다. 교육청은 이를 통해 학생들이 우리 문화에 대한 자긍심과 더불어, 다양한 표현 방식을 존중하는 미래지향적 예술 감수성을 키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올해 시범 운영 결과와 학교 현장의 의견을 토대로, 국가무형유산과 교육과정을 연계한 '서울형 학교예술교육'의 지속 운영 및 확대 방안을 모색할 방침이다. 향후 더 많은 무형유산 종목과 전승자를 발굴해 프로그램을 다변화하고, 교원 연수와 자료 개발도 병행하겠다는 구상이다.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국가무형유산은 오랜 시간 사람에서 사람으로 이어져 온 살아 있는 유산"이라며 "'이음:다음 전통예술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전승자를 직접 만나 전통에 담긴 생각과 삶의 지혜를 배우고, 그 가치를 자신의 방식으로 발견하고 표현하는 경험을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가 전통과 미래세대를 잇는 살아 있는 배움의 공간이 되도록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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