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자료실, 11년째 근거 없이 존치"…서울대 '중국 눈치보기' 논란

정서영 기자

segyenews7@gmail.com | 2026-10-07 10:08:30

- 서울대 중앙도서관 내 시진핑 기증도서자료실, 별도 협약·운영기한 없이 11년째 유지 실태
- 외국 정상 명칭 사용 기준·최장 운영기간·폐쇄 요건 부재 속 중국 영향력 논란과 폐쇄 요구
▲  박정훈 의원.

[세계뉴스 = 정서영 기자]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 내 '시진핑 기증도서자료실'이 별도의 기증 협약이나 운영기한 설정 없이 11년째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외국 정상의 이름을 딴 국내 대학 내 공간 가운데 유일한 사례임에도 명칭 사용 기간, 연장·폐쇄 기준 등이 전혀 마련돼 있지 않아 사실상 무기한 운영이 가능한 구조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6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이 서울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대는 해당 자료실 운영과 관련해 주한중국대사관과 운영 기간, 명칭 유지, 폐쇄·변경, 기증 자료 처분 등에 관한 별도의 협약을 체결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진핑'이라는 명칭 역시 정식 협약이 아니라 서울대 중앙도서관 내부 지침에 따라 주한중국대사관과 협의해 정해진 것으로 파악됐다.

시진핑 기증도서자료실은 2015년 한·중 친선과 학술 교류를 명분으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기증한 도서와 영상 자료를 바탕으로 조성됐다. 그러나 최근 반중 정서 확산과 함께 자료실 존치의 적절성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면서 폐쇄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서울대가 공개한 민원 현황에 따르면 2022년부터 2025년까지 국민신문고를 통해 '시진핑 기념관 철수', '기증도서 자료실 폐지', '시진핑 사진 철거', '운영 예산 삭감', '자료실 명칭 변경' 등을 요구하는 민원이 8차례 제기됐다. 지난해에는 자료실 폐쇄를 촉구하는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4만7천 명 이상이 동의하면서 논란이 국회로까지 번졌다. 민원 제기자는 일반인뿐 아니라 서울대 졸업생도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갈등은 온라인을 넘어 물리적 충돌로 비화하기도 했다. 지난해 5월에는 한 일반인이 서울대 중앙도서관 본관에서 시진핑 자료실 폐쇄를 주장하며 흉기를 휘두르는 난동을 벌여 경찰에 체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학내 공간을 둘러싼 정치·외교 갈등이 극단적 방식으로 분출된 상징적 사례라는 지적이 뒤따랐다.

이용 실적도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2020년부터 올해 9월까지 시진핑 기증도서자료실의 도서 대출 건수는 총 1475건, 대출자 수는 605명으로 집계됐다. 연평균 대출은 200여 건 수준이다. 특히 올해 들어 9월까지 대출자는 58명, 대출 건수는 122건에 불과했다. 별도 공간을 마련해 특정 외국 정상의 이름을 내건 자료실을 유지할 만큼 학술적·실용적 수요가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서울대는 신중론을 유지하고 있다. 유홍림 서울대 총장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시진핑 자료실 설치와 폐지 문제는 서울대가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관계 정부와 논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박정훈 의원실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국정감사 이후 시진핑 자료실 폐지 등 후속 조치를 두고 정부 및 관계 기관, 주한중국대사관 등과 관련 논의를 진행한 적은 단 한 차례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유 총장이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 없다"고 한 설명과 실제 행정 조치 사이에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서울대와 중국 측 사이에 자료실 운영 기간이나 폐쇄·변경 절차를 규정한 별도 기증 협약이 존재하지 않는 만큼, 적어도 계약상으로는 자료실 존폐에 중국 측 동의가 필요하다는 근거가 없다는 점이 확인됐다. 자료실 설치와 운영의 법적 근거가 서울대 중앙도서관 내부 지침에만 기초하고 있다는 점에서, 학교가 '관계 정부와의 논의'를 이유로 결정을 미루는 것은 중국과의 외교 관계를 지나치게 의식한 결과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반중 정서와 폐쇄 요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시진핑' 명칭 변경이나 자료실 규모 조정조차 검토하지 않는 것은 과도한 눈치보기라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법적·계약상 구속력이 없는 상황에서 서울대가 자율적으로 학내 공간 운영 원칙을 정하고, 사회적 논란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정리할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정훈 의원은 "외국 정상의 이름을 딴 공간을 별도의 협약이나 운영기한도 없이 계속 유지하는 것이 적절한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며 "특히 명확한 근거 없이 중국의 눈치를 보며 해당 공간을 관행적으로 유지해 온 것은 아닌지도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외국 정부의 기증이 대학 내 영향력 확대 수단으로 활용되지 않도록 명칭 사용 기간과 최장 운영기간, 연장·폐쇄 요건 등 가이드라인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논란을 계기로 외국 정부·기관의 기증 사업 전반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외국 정상이나 정부 이름을 딴 시설의 경우 정치·외교 환경 변화에 따라 논란이 반복될 수 있는 만큼, 최초 명명 시점부터 사용 기간과 종료 조건을 명문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대 시진핑 자료실 사태가 향후 대학의 학문적 자율성과 외교적 고려 사이의 경계를 어떻게 설정할지 가늠하는 시험대가 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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