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박근혜 1심 선고 엄중한 심판

징역 24년에 벌금 180억원 선고… 18개 공소사실 중 16개 혐의 유죄로 판단
온라인뉴스부 news@segyenews.com | 2018-04-06 14:2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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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뉴스] 온라인뉴스부 =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대통령 취임의 선서문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는 6일 오후 박근혜 전 대통령(66)에게 징역 24년에 벌금 180억 원을 선고했다. 재산범죄로는 사법부 사상 최고형이다. 재판부는 검찰의 18개 공소사실 가운데 16개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몰랐다’, ‘공모한 적 없다’는 박 전 대통령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가 직권으로 선임한 강철수 국선변호인은 선고 직후 “이 사건은 반쪽짜리 사과와 같다.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다른 판단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오늘은 1심 선고일 뿐 앞으로 항소심, 대법원에서 다른 판단을 해주실 거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사법부를 신뢰할 수 없다는 의사를 밝히고 36차 공판부터 출석하지 않았다. 이날도 궐석상태에서 선고가 내려졌다. 그동안 박 전 대통령은 국선변호인의 접견도 거부해 왔다. 형사소송법 제341조는 피고인이 명시한 의사에 반하지 않는 한 변호인이 상소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아무런 의사표시도 하지 않는다면 변호인의 항소는 유효하다.


이와 관련, 검찰은 즉시 항소할 뜻을 밝혔다. 삼성그룹을 통해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명목으로 수수한 204억 원과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 명목으로 수수한 16억 원에 대한 무죄 판단을 다시 다퉈달라는 것이다. 다만 양형에 대해서는 항소이유서에 기재는 하되 큰 이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통상 검찰 구형량의 80%가 선고될 경우 검찰은 양형부당에 대한 적극적 이의제기는 하지 않는다. 검찰은 앞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징역 30년을 구형했다.


이와 별개로 박 전 대통령은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및 20대 총선 새누리당 공천개입 혐의로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한 판단이 마무리되면 형량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1심 재판부가 판단한 혐의 가운데 대부분은 이미 최순실씨의 1심 재판에서 유죄판단이 내려져 있는 상태였다. 최씨의 재판부와 박 전 대통령의 재판부는 형사합의22부가 맡고 있다. 재판부는 최씨에 대한 판결문에서 삼성을 통해 정유라씨 승마 훈련비용 명목으로 78억 원을 수수한 혐의 및 롯데에 K스포츠재단 추가지원 명목으로 70억 원을 수수한 후 반납한 혐의, SK에 K스포츠재단 추가지원금 89억 원을 요구한 혐의 모두 박 전 대통령의 공모를 인정했다. 18개 기업을 상대로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774억 원을 강제로 모금한 혐의를 비롯해 기업을 상대로 한 직권남용·강요 혐의, 최씨에게 청와대 등의 정부 기밀문건을 유출한 혐의 등 12개 혐의는 모두 최씨 재판 결과를 미뤄 유죄가 확정된 상태였다. 재판부는 나아가 박 전 대통령이 자신의 직위를 이용해 기업과 재단 등에 최씨의 요구를 철저히 관철시키려 적극적으로 노력한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대통령 직권을 이용해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각 486억 원, 288억 원 등 총 774억 원을 내도록 강요한 혐의에 초점을 맞췄다. 박 전 대통령은 탄핵 전 2017년 1월 1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기업을 상대로 재단 출연금을 강제한 적이 없다고 밝혔었다. 그는 “우리나라가 문화적 역량과 소질이 뛰어나니까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해 정부 시책도 관이 아니라 민이 합쳐지는 게 좋을 것 같았다”며 국가를 위한 추진 작업이었던 것처럼 포장했다. 이어 “그런 국가브랜드를 가지고 기업들이 해외로 나가면 호의적인 분위기 속에서 활동할 수 있다는 여러 가지 공감을 해서 (기업) 그분들이 해준 것”이라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의 취지에 공감한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적게는 수억에서 많게는 수십억 원의 재단출연금을 자진 납부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그러나 이 같은 박 전 대통령 측 주장을 모두 배척했다. 소위 권력을 가지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자가 자신의 직위를 이용해 금전을 강제로 빼앗은 것일 뿐 자발적 모금은 단 한 푼도 없었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또한 “대통령이나 안종범 경제수석비서관은 기업 활동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권한이 있고, 그들의 요구를 거절할 기업은 흔치 않다”며 “대통령과 경제수석을 두려워하지 않았다면 이 같은 출연 요구를 검토도 하지 않고 출연 결정을 할 이유는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기관들도 대부분 박 전 대통령과 경제수석의 요구사항이라고 들어 불이익이 두려워 응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진술한 점에 비춰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기업·기관에 출연 요구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재단의 실질적 소유자 역시 최순실씨로 지목했다.


재판부는 그 외 모든 혐의에서 박 전 대통령과 최씨를 실질적인 한 몸으로 판단했다. 한 사람은 대통령이라는 직위로 압박을 가해 돈을 뜯어내고, 한 사람은 자신이 미리 작업해놓은 재단 및 회사를 통해 그 돈을 수거하는 방식으로 재임기간 내내 범행을 저질러 왔다는 것이다. 현대자동차와 KT에 최씨가 만든 광고회사인 플레이그라운드를 통해 수십억 원의 광고를 발주하도록 강요한 것도, 그랜드코리아레저(GKL)에 장애인 펜싱팀을 창단해 최씨의 회사인 더블루케이와 에이전시 계약을 맺도록 강요한 것도, 삼성을 상대로 최씨가 만든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16억 원을 지원하도록 압박한 것도 전부 최씨와 모종의 결탁을 맺고 행한 대통령의 범죄행위로 판단했다. 두 사람은 철저한 공생관계라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하나은행을 상대로 최씨의 측근을 요직에 임명하도록 압박한 혐의도, 최씨 지인의 남편 회사를 통해 현대차에는 필요하지도 않은 납품계약을 맺도록 한 혐의에 대해서도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정부 정책에 비판적이거나 반대 입장을 보인 문화예술인에 대한 자금줄을 끊어버리는 이른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작성·운용한 혐의(직권남용·강요)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박 전 대통령은 그동안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이와 관련한 모든 책임을 떠넘기고 모르쇠로 일관해 왔다. 재판부는 그러나 청와대의 지시 없이 벌어진 일로 판단하지 않았다. 청와대 정무수석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좌파성향의 정부 비판 단체 및 개인들에 대한 정부보조금 차단기준 등이 마련된 ‘문제단체 조치내역 및 관리방안’ 등 종합보고서를 작성하도록 하고, 책임심의위원 배제, 문제 상영 영화관 배제, 부산국제영화제 지원 배제 등 개별 지시사항도 서면 또는 실장 주재 비서관회의를 통해 보고 받았다고 판단했다. 이를 중단하라는 별도의 지시를 한 적도 없다고 봤다. 특정 문화예술단체 및 개인들에 대한 광범위하고 전방위적인 지원 배제는 박 전 대통령의 지시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셈이다. 재판부는 “국정 최고책임자이자 대통령의 지위를 종합하면 피고인이 개개의 구체적 지원 배제행위마다 이를 인식하고 시행행위에 분담하지는 않았더라도 범행 전체에 대해 공범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며 “이념적 성향이나 정치적 입장이 다르다는 이유로 지원을 배제하는 것은 헌법과 문화기본법에 반하는 위법한 조치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박 전 대통령이 ‘나쁜 사람’으로 찍어 강제퇴직 당했던 노태강 전 체육국장(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을 비롯한 공무원 3명에 대한 사직강요 혐의도 재판부는 유죄로 판단했다. 노 차관은 2013년 문체부 산하 스포츠안전재단 사무총장으로 재직할 당시 청와대의 지시로 전국승마대회 판정 시비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당시 이 대회에는 최순실의 딸 정유라가 출전했다. 그는 조사보고서에 승마계의 고질적인 ‘파벌싸움’을 지적하며 ‘최순실파’와 ‘반최순실파’ 모두에게 문제가 있다고 고언(苦言)했다는 이유로 좌천됐다. 이후 “아직도 그 사람 있어요?”라는 박 전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그는 끝내 공직에서 물러났다. 재판부는 이 모든 혐의에 대해 유죄로 판단하며 “이들에 대한 사직서 제출 요구는 객관적·합리적 사유 없이 위법한 블랙리스트 집행에 소극적이라는 이유로 자의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직권남용으로 보기에 충분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국민에 의해 선출된 국가원수이자 행정수반으로서 국민으로부터 위임 받은 권한을 오직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민 전체의 복리증진, 자유, 행복을 위해 행사해야 했다. (중략) 피고인의 범행이 밝혀지면서 국정은 큰 혼란을 겪어 헌정사상 초유의 탄핵 결정으로 대통령 파면사태까지 이른바 이런 사태의 주책임은 헌법에 부여된 책임을 방기하고 국민이 부여한 권한과 지위를 사인에게 나눠준 피고인과 이를 통해 국정농단을 한 최순실에게 있다고 봐야 한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이 법정에서 다뤄진 범행을 모두 부인하면서 잘못을 인정하지 않거나 반성의 태도를 보이지 않고, 최순실에게 속았다거나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비서관들에 의해 행해졌다고 주장하는 등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해 책임을 주변에 전가하는 태도를 보였다. 이와 같은 사정에 다시는 대통령이 국민으로부터 부여 받은 권한을 함부로 남용해 국정을 혼란에 빠뜨리는 불행한 일이 반복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피고인에게 범죄사실에 상응하는 엄중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2시간 가까운 시간 동안 판결문을 낭독한 재판부는 끝으로 이같이 양형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삼성승마 지원관련해서는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작업 등을 도와달라는 부정한 청탁의 대가로 뇌물을 수수한 혐의에 대해 전부 무죄로 판단했다. 유죄로 인정된 부분은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준 뇌물 73억 원에 국한됐다. 이 돈은 최순실이 설립한 코어스포츠를 통해 삼성 측이 정유라의 승마훈련비용 명목으로 송금한 36억 원과 명마 세 필에 대한 대금이다. 다만 부정한 청탁이 필요하지 않은 단순뇌물죄가 적용돼 이 부회장의 책임은 면제됐다.

이 부회장은 이미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고, 박 전 대통령 1심 재판부의 판단이 이 부회장의 앞으로 남은 상고심 재판에 어떤 기속력을 갖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어쩌면 표면적으로는 아주 큰 면죄부를 재판부가 줬다고 본다. 재판부는 이 부회장의 승계작업을 벌인 시점 및 작업 완료상태가 박 전 대통령에게 거액의 뇌물을 제공한 시점과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즉 뇌물을 주지 않았어도 이미 삼성 내부의 승계작업은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됐었고, 뇌물 제공 여부가 최종적 승계작업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설령 검찰이 제출한 증거내용과 같은 승계작업이 존재하더라도 박 전 대통령이 승계작업의 개념 및 내용에 대한 뚜렷한 인식을 하고 있었고, 직무집행이 삼성의 지원요구와 대가관계에 있었다는 점을 인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을 독대한 시점을 전후로 삼성그룹이 원활한 승계작업을 위한 대통령의 영향력 행사가 필요했다는 검찰의 주장은 배척됐다.


한 재판부에 있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이미 최순실·안종범 등과 함께 1심에서 징역 2년6월을 선고 받고 법정구속 됐다. 당시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선고가 아님에도 판결문에 박 전 대통령과 신 회장 사이의 부정한 청탁 및 뇌물제공 사실을 명시한 바 있다. 재판부는 당시 “롯데그룹의 70억 원 지원이 월드타워 면세점 특허와 관련된 대통령의 직무집행에 대한 대가라는 점에 대한 공통의 인식 또는 양해가 있었다고 보기 충분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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